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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08. 2021

<몬스터/Monster>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변호하는 과정 속에 부족한 설득력.


당장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국내 역사 영화도 설득력이 부족하면 와닿지 않는데, 겪어볼 수 없는 흑인 인권 영화가 설득력이 부족하게 되면 상당히 이상한 영화처럼 보일 수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영화가 쏟아져 나올 때, 여러 번 챙겨봐서 잘 만든 영화와 못 만든 영화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잘 만든 영화는 포괄적인 주제를 캐릭터가 겪는 사건들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데 반해, 못 만든 영화는 큰 메시지에만 집중해 감정적이고 짜임새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아쉽게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몬스터>는 후자 쪽에 조금 더 가까운 거 같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애초에 직접적인 흑인 인권 영화라기보단 법정 영화로 보는 것이 맞을 거 같네요. 물론 관련 내용도 다루긴 하지만 전체적인 주제라기보다는 상황을 좀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설정이자 장치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일단 기본적으로 설득력이 조금은 부족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법정 영화면 엎치락뒤치락하고 반전되는 상황 속에서 결정적인 단서로 역전승하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데, <몬스터>는 바닥에서 말로만 무죄 판결을 위해 나아가기 때문에 너무 평탄하게 느껴지죠. 좀 더 반전의 상황이나, 극한의 상황이었으면 이입이라도 했을 텐데, 그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끊임없이 변호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신경 쓰지 않고 재판하기 전부터 유죄라고 생각하는 현실의 모습을 비판하려는 점은 참 좋았네요. 누명이란 걸 벗겨내기가 쉬운 것도 아니고, 또 그렇다고 바로 시선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누명을 쓴 상태에서 교도소의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이건 너무 애매했네요. 시작부터 나름 강렬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잡아서 놀랐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이 무게감이 조금은 겉멋처럼 느껴지기도 했달까요. 거기에 내레이션까지 추가하는데, 분위기를 잡아주는 듯하면서도 또 산통을 깨는 듯했습니다. 차라리 내레이션을 평범하게 가져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켈빈 해리스 주니어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사한 것은 아니지만 감정 연기를 무난하게 해주었구요. 다만 주연인 켈빈 해리슨 주니어보단 조연들의 임팩트가 더 강했네요. 캐릭터 자체도 주인공보단 사이드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구요. 우선 제프리 라이트와 존 데이비드 워싱턴의 무게감이 상당했습니다. 둘 다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이니 좀 더 분량을 가져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짧은 시간 안에 훌륭한 임팩트를 보여주더군요. 임팩트 자체만 본다면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 뛰어났지만, 안정감이나 극을 끌고 가는 능력은 제프리 라이트가 돋보였습니다. 변호사 캐서린 역을 맡은 제니퍼 엘도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명배우 중 하나인 팀 블레이크 넬슨도 기억에 남는 조연으로 출연해서 열연하고 있구요. 생각보다 라인업이 탄탄해서 놀랐습니다.



전체적인 완성도는 조금 애매해 보입니다. 뭔가 법정 영화라고 하기에도, 인권 영화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어 보이거든요. 그래도 시도하신다고 하면 말릴 정도의 완성도는 아니고, 약간 이런 진중한 인권 법정 영화 좋아하신다면 나쁘게 보지는 않을 영화 같아 보이네요.











★★☆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변호하는 과정 속에 부족한 설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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