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May 15. 2021

<우먼 인 윈도>

명품 배우들의 호연으로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듯하다 급격히 무너지고 만다.

개봉하기 훨씬 전에 기대했던 작품을 마주할 때는 언제나 설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평이 별로 좋지 못할 때는 아쉬움과 함께 '얼마나 별로길래'라는 궁금증이 드는데요. 그럴 때마다 십중팔구 선택을 후회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시도하게 되네요. <우먼 인 윈도>도 그런 케이스였는데요. 너무나 화려한 감독과 출연진 때문에라도 안 보고 지나칠 수는 없어서 바로 관람했습니다.

영화는 우울증으로 집에서만 지내는 애나가 건너편 집에서 살인사건을 목격하지만, 주변 인물들은 전부 그녀가 환각 증세를 앓고 있다며 그녀의 말을 믿지 않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는데요. 일단 영화를 보면서 명배우들의 호연을 제외하면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고전 영화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직 고전 영화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아서 조심스럽지만,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나, 스토리 전개, 그리고 각종 시각효과와 카메라 구도 등이 고전 영화를 보는 듯했네요. 이야기적인 부분뿐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도 고전 영화의 느낌을 내려고 많이 노력한 듯 보였습니다. 나름 잘 통하는 편이구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고전 영화들의 장면들을 보여주면서 영화 자신의 스타일이 이렇다는 걸 계속해서 나타내고 있기도 해요.

영화의 최대 강점은 역시나 명품 배우들의 열연입니다. 애초에 에이미 아담스, 게리 올드만, 줄리안 무어, 제니퍼 제이슨 리, 안소니 마키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라인업을 보고 기대작 리스트에 올렸는데, 이 배우들이 연기를 못한다는 건 믿기 어렵죠. 에이미 아담스를 중심으로 훌륭한 연기들을 보여주면서 긴장감과 흥미도를 차근차근 잘 쌓아나가는 편입니다. 에이미 아담스가 주연이고 나머지는 약간 분량이 적은 편인데, 개인적으론 게리 올드만의 연기가 정말 소름 끼쳤네요. 짧은 분량이긴 했지만 대단했습니다. 다만 이런 명배우들을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선 조금 아쉬움이 남네요. 줄리안 무어도 엄청난 연기를 보여주는 것도 아닌 데다 분량도 조금이었고, 제니퍼 제이슨 리와 안소니 마키는 무슨 단역 수준이거든요. 이런 배우를 이런 역할에 썼어야 했나 싶기도 합니다.

더 문제는 후반부에 나타납니다.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로 그나마 쌓아올린 여러 가지 장점들을 후반부 급작스러운 전개로 무너뜨리고 말거든요. 정말 급발진 수준으로 극을 풀어나가는데, 반전처럼 내놓은 것치곤 초중반부에 이렇다 할 떡밥들을 발견하지 못해서 정말 혼란스러웠네요. 안 그래도 정신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영화라 어지러웠는데, 갑작스러운 전개는 정신없게 만드네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완급조절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며, 전체적인 이야기의 행방을 찾기 힘듭니다. 한 가지 큰 주제를 찾기 힘들다는 것인데요. 개인적인 추측으론 미스터리 스릴러를 포함해 추리극 등 여러 장르를 혼합하는 과정이 매끄럽게 작용하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저런 장르들을 넘나드려 하는데, 왔다 갔다 할수록 설득력이며 긴장감이며 모두 떨어지고 말거든요. 좀만 더 다듬었으면,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에만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나름 흥미로운 설정과 배우들의 호연만큼은 인상적이어서 후반부의 조악한 완성도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대감을 내려놓았던 탓인지 들려오는 처참한 평가에 비해선 나쁘지 않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일단 직접 보시고 판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군요.




★★☆
:명품 배우들의 호연으로 차근차근 쌓아나가는 듯하다 급격히 무너지고 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