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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23. 2021

<아미 오브 더 데드/Army of the Dead>

피는 잔뜩 튀기면서 당위성도, 카타르시스도 없다면 그건 실패한 연출.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코로나로 인해 승승장구 중인 넷플릭스가 야심 차게 선보인 작품입니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의 호평으로 기세등등한 잭 스나이더 연출하고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데이브 바티스타가 주연을 맡았으니, 넷플릭스의 상반기 최대 기대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요. 비록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타율이 썩 좋지는 않지만, 나름 기대해볼 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적어도 킬링타임 용도로 생각한다면요.

우선 오프닝 자체는 잘 빠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난 영화에서 가장 기대하는 장면이 대재앙 직전의 상황,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느낌이 좋은데, 그걸 잘 살려줬거든요. 그리고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스콧과 일행들이 어떻게 격리 시설에 들어오는지를 잘 보여주기도 하구요. 물론 좀비가 퍼진 이유 자체가 조금은 B급의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이 정도면 합격점을 받을만한 오프닝이었습니다. 다만 문제는 오프닝 이후엔 그리 매력적인 요소가 없다는 점입니다. 일단 <아미 오브 더 데드>는 좀비가 퍼진 비상 재난 사태에서 생존하는 것이 메인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좀비는 그저 배경요소일 뿐, 돈을 빼오는 케이퍼 무비의 장르를 빌려오는데, 그 순간부터 좀비 영화로서의 매력은 반쯤 사라지는 편입니다. 약간 <반도> 느낌도 나는데요. <아미 오브 더 데드>는 <반도>보다 당위성이 떨어집니다. 너무 단순한 이유들로 쉽게 팀이 모여버리죠. 그 이후부턴 매우 익숙한 맛들이 펼쳐집니다. 스나이더답게 화끈하다 못해 폭발할 지경의 수위를 곁들였지만,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이나 대사, 그리고 캐릭터들을 감싸기에는 역부족이었네요.

잭 스나이더하면 액션 하나는 끝내주게 찍는 감독이라 그런 부분에서는 기대를 조금 가졌습니다. 다만 중후반부에 다다라도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액션 시퀀스는 보이지 않았는데요. 후반부에 시원한 총격전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충분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고어물 수준으로 잔인하기만 하지, 행동의 당위성도, 액션의 카타르시스도 없는데, 이건 명백히 실패한 연출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드네요. 같은 주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당위성은 없었을지언정 카타르시스는 있었는데 말이지요. 이미 진부함의 늪에 빠져버린 장르의 특성을 경계했는지 약간은 색다른 좀비들을 보여주는 듯했는데요. 물론 흥미롭게 다가오는 설정들도 있었지만 이를 이야기에 잘 녹여내지 못하는 편이며, 그리 참신하게 다가오지도 않았달까요. 최근 좀비물은 느리고 약한 좀비를 약간 잡몹처럼 취급하고, 지능과 힘을 가진, 좀비보단 크리처의 느낌이 나는 흑막을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이런 부분이 게임과 같은 느낌이 있어서 굉장히 가볍게 느껴지더군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새삼 '국내 좀비물이 센세이셔널 하긴 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네요.

스나이더 감독이 서브 주제로 배치한 것이 바로 부녀간의 관계입니다. 좀비 사태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은 나름 풀어나가기 좋은 소재인데요. 하지만 그걸로 포장하기엔 너무 답답하고 이해가지 않는 행동들이 많았달까요. 거기에다 둘의 관계에서 오는 후반부의 신파극은 참 아쉬웠네요. 물론 국내 작품보다 심하지는 않지만 외국 좀비물에서 신파극을 볼 거라곤 상상도 못했네요. <반도>로 인해서 더 예민한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이뿐 아니라 2시간 20분 정도로 러닝타임은 정말 긴데, 그중 2시간을 클리셰에 가까운 이야기들로만 채워 넣었으니 좀 길게 느껴지더군요. 캐릭터 활용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설정부터가 흠칫하게 만들더니, 극 중 죽는 캐릭터들에 대한 대우도 별로였구요. 후반부 비극의 원인이라고 해도 좋을, 구해야 할 캐릭터를 집어넣은 거 자체도 맘에 안 드는데, 후반부에 가선 그녀의 생사 여부를 신경 쓰지도 않는 걸 보곤 어이가 없었네요. 엔딩을 봤을 땐 후속편도 나오는 거 같은데, 이 정도로 완성도로 후속작이 개봉한다면 그땐 고민을 좀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라 어느 정도의 오락성은 챙겨주겠지 싶었는데 참 아쉬웠습니다. 킬링타임 용으로 보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고려해 보시는 게 나을 거 같네요. 아 참, 보신다면 뭐 먹으면서 보는 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
:피는 잔뜩 튀기면서 당위성도, 카타르시스도 없다면 그건 실패한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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