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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l 14. 2020

<설국열차/Snowpiercer>

선악/빈부에 대한 딜레마.

지난 2월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을 휩쓸고 간 후, 가장 먼저 들려온 소식은 그의 차기작이 아니라 지난 2013년 개봉했던 <설국열차>를 넷플릭스가 드라마화한다는 소식이었을 것이다. <설국열차>도 나름의 오락성과 작품성, 그리고 흥미로운 설정들을 모두 잡아낸 수작인데, 드라마라서 더욱 자세하게 그려나갈 것이라 생각하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난 5월, 세상에 나오고 많은 반응을 이끌었다. 제니퍼 코넬리와 다비드 디그스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설국열차>다.




드라마는 형사 출신인 꼬리 칸 승객 '안드레이 레이턴'이 열차의 살인 사건을 맡게 되면서 어떤 비밀을 알게 된 후, '맬러니 캐빌'을 비롯한 1등급 승객들에 대항해 혁명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그린다. <설국열차>의 최대 장점은 영화 <설국열차>에서 보여준 계급 간의 갈등을 아주 잘 그려냈다는 점이다. 그저 1등급 칸은 악, 꼬리 칸은 선이라는 이분법적으로 나눈 것이 아니라,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아 과연 누가 옳은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메시지를 던져준다. 또한 선악 구분은 단순하게 하면 지루해지고 흥미를 쉽게 잃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고 몰입도를 높인다.

레이턴을 비롯한 많은 인물들의 서사를 풀어나가는 <설국열차>지만, 가장 잘 표현된 캐릭터는 단연 맬러니 캐빌이다. 설국열차의 실질적 리더인 맬러니의 감정 표현을 아주 잘 그려낸다. <설국열차>의 주 무대인 1등급 칸과 3등급 칸, 그리고 꼬리 칸 사이에서 아무도 알아선 안되는 비밀을 지키고, 자신의 입지를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겪는 내적/외적 갈등을 잘 표현했다. 이를 잘 살려낸 것은 극 중 배역을 맡은 제니퍼 코넬리의 역할이 아주 컸다. 매화마다 이어지는 제니퍼 코넬리의 열연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데, 특히 마지막 화에서 딸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면서 펼치는 연기는 정말이지 압권이다.

<설국열차>의 또 다른 매력은 그저 계층 갈등과 혁명의 과정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초중반을 차지하는 것은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열차 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추리 수사물의 성격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와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인 만큼 초중반에 몸풀기 정도로 추리 수사물의 성격을 띠면서 흥미를 높이는 점은 개인적으로 꽤 좋았다. 하나의 드라마나 주제에서 두 가지 이상의 이야기가 등장하면 조금 난잡해질 수도 있는데, <설국열차>는 수사물에서 그 이후의 이야기로 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고 깔끔해서 그리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좋다.

이외에도 소소한 재미와 생각할 거리들을 주는 편이다.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열차 안에서, 평소에 한없이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얻기 위해 자신이 속한 단체나 인물들을 배신하는 행위도 이해 가게 만들면서 약간의 딜레마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나름 흥미로웠다. 또한 빙하기라는 배경 설정에 맞게, 총기를 비롯한 각종 무기류를 이용한 처벌보다는 냉기를 이용한 처벌이나 고문, 액션들이 등장해 보는 맛이 있게 한다. 드라마 막바지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다음 시즌의 기대도 높인 작품이다.

기대를 꽤나 한 만큼 나름 실망하는 점도 많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기대 이상이었던 드라마다. 과연, 1001칸의 열차밖에 남지 않은 세상에서, 부를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중에 누가 옳은 것인가, 옳은 자가 있긴 한 것일까? 나름의 딜레마와 함께 오락성까지 잡아낸 수작, 다음 시즌의 기대를 더더욱 높인 작품, 넷플릭스의 <설국열차>다.




총점 - 9
선악에 대한 딜레마를 실은 영원한 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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