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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26. 2021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The Truth>

오랜 시간 증오했어도 서로에 대한 진심을 터놓는 순간, 마법 따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타고 프랑스로 가서 제작한 영화가 바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입니다. 영화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온갖 행동들을 하고 딸에게 잘 해주지 못한 배우 파비안느와 그런 엄마를 용서하지 못하는 딸 뤼미르가 한자리에 모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겉으로 보면 화목해 보이지만 사실 그 속에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가족인 만큼 이런 행복은 연기와 애드리브로 가득 채운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런 가족들의 과거를 들춰나가는 듯한 재미도 분명 있었던 작품이었네요. 결국 가족은 가족이며, 서로에 대한 진심이 터지는 순간 강한 믿음으로 변모하고, 서로를 용서하는 것에는 기적 같은 마법 따위는 필요가 없을 테지요. 차갑고 아슬아슬한, 마치 겨울과 같았던 관계가 풀리면서 그 위에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엔딩은 히로카즈의 느낌이 물씬 나더군요.

43년생으로 61년부터 배우 활동을 시작한 베테랑 배우 까뜨린느 드뇌브의 죽지 않은 연기력과 미모는 물론, 줄리엣 비노쉬와 에단 호크 등 쟁쟁한 배우진에서 오는 존재감도 상당하지만, 결국 영화의 매력은 캐릭터에 있습니다. 굉장히 고집불통이지만 진심을 가지고 있는 파비안느와 그런 그녀를 증오하면서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뤼미르, 그리고 계속 무시당해도 천진난만하고 묵묵히 있어주는 행크의 모습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영화였네요.

하지만 프랑스에서 제작한 것이 익숙해지지 않아서 꽤나 애를 먹었는데, 단순히 제작 국가가 다른 것에서 오는 이질감뿐 아니라 영화 자체에서 오는 히로카즈 특유의 느낌이 사라진 것은 아쉽게 작용한달까요. 히로카즈 필모 중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하지는 못할 영화처럼 보이네요. 그럼에도 훌륭한 영화라는 것이, 참 대단한 재능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기도 하구요.




★★★☆
:오랜 시간 증오했어도 서로에 대한 진심을 터놓는 순간, 마법 따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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