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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29. 2021

<열혈남아/旺角卡門>

허세도 감성으로 바꾸는 것이 스타일의 힘.

보고 싶은 감독들의 작품들을 리스트로 적어놓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보고 싶었던 감독들이 있는데 왕가위 감독도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제가 나이가 나이인지라 홍콩 영화를 한 번도 접하지 못했는데요. 그래서 홍콩 영화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왕가위 감독을 많이 기대했습니다.

그의 데뷔작인 <열혈남아>는 틀자마자 제가 생각했던 옛 홍콩 영화하면 연상되는 분위기가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괜히 왕가위 하는 게 아니더군요. 정말 제가 봤던 어느 감독들보다도 색깔이 확실한 감독처럼 보입니다. 영상미부터 홍콩 배경, 그리고 빠른 편집과 약간은 오글거리는 대사, 효과음, 마지막으로 끊이지 않는 배경음악까지. 이때의 홍콩 영화는 정말 매력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열혈남아>는 홍콩 젊은이들의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이렇다 할 플롯보다는 스타일로 정면승부를 하는 영화입니다. 이 시절 조폭 영화가 그렇듯 하루만 사는 듯한 넘치는 허세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를 탁월한 스타일과 촬영으로 감성 넘치게 하고 있거든요. 오글거릴 만한 장면들을 모두 명장면으로 만들어 내고 있기도 하구요. 이게 스타일의 힘이겠지요. 왕가위 스타일의 시작처럼 보입니다.

장만옥은 정말로 이쁘더군요. 뭐랄까 전형적인 미인 상보다는 약간 신비로운 매력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화장도 진하지 않고 수수한 패션이었는데도 매력적이었네요. 유덕화는 정말 그 시절 홍콩 스타처럼 생겼습니다. 그냥 빠져드는 느낌이었네요. 캐릭터도 참 허세를 부리는데, 넘쳐서 웃기는 지점 바로 앞에서 조절하고 있어서 멋있게 보이기도 했네요. 다만 조연들의 캐릭터성은 좀 아쉽게 다가오기도 했는데, 조연들까지 그 허세를 컨트롤하기엔 벅차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스타일이 영화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질문의 답변이라고 봐도 무방하달까요. 그와 동시에 데뷔작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일종의 풋풋함도 매력으로 다가오는 작품이었습니다.




★★★☆
:허세도 감성으로 바꾸는 것이 스타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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