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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29. 2021

<아비정전/阿飛正傳>

왕가위 감독의 최고작 중 하나로 불리는 <아비정전>입니다. 동시에 저에게 있어선 장국영을 처음 만난 영화였는데요. 확실한 장점은 보였지만 기대를 너무 했던 탓인지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지는 못한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여자를 쉽게 만나고 헤어지며 오늘만 사는 듯한 삶을 보내는 아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전이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삶을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아비가 느끼는 고독과 슬픔을 담아내고 있는 영화인데, 데뷔작 <열혈남아>에서 보여주었던 기운 넘치고 약간은 산만하기도 한 연출에서 벗어나 굉장히 정적이고 공허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특유의 느낌을 끝까지 지키고 있는 모습은 참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 오프닝이 강렬했네요. 엄청 화려한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구요.

세상 자유로운 듯 보이는 사람이 어쩌면 굉장히 상처가 많고 고독한 사람이지요. 영화는 자신을 채울 수 없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고통스러워하는 아비의 모습을 다루고 있는데, 또 그 아비가 순간을 영원히 남게 하는 기이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죠. 결국 만남은 함께 하지만 이별은 각자 맡아야 하는 것처럼요. 그러면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여럿 등장하구요. 어렸을 적 애정의 결핍이 성격의 변화를 준 건 이해가 가더라도 남에게 막 대하는 것은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걸 해내는 것이 장국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장국영의 눈빛은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왜 장국영에 빠지는지 알 거 같달까요. <열혈남아>에서도 인상적이었던 장만옥과 유덕화도 기억에 남고, 유가령도 꽤나 많은 분량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제가 얼핏 듣기로는 속편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양조위의 모습은 입이 떡 벌어지더군요. 이 시절 홍콩 배우들 정말 대단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론 색이 강한 홍콩 영화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느낌이랄까요. 분명 훌륭한데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 적응하느냐가 관건이 되겠군요.




★★★★
:결국 이별이 아픈 이유는 그 순간이 영원으로 각인되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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