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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May 30. 2021

<중경삼림/重慶森林>

빈 곳을 채워주고도 흘러넘치는 왕가위 스타일의 정점.

<중경삼림>은 제가 보았던 영화들 중에 가장 뛰어난 로맨스 영화는 아닐지라도 가장 스타일리시하고 감각적인 영화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90년대 홍콩의 배경을 확고한 스타일로 잘 담아낸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제 개인적인 홍콩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제가 갔던 여행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 중 하나가 바로 홍콩이었는데, 온갖 조명들로 반짝거리는 특유의 느낌이 너무 좋았거든요. <중경삼림>에 등장하는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터도 가봤구요. 그랬던 기억이 90년대를 겪어보지 못한 저도 이 영화로 감성에 젖을 수 있게 해주었는데,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서로 엇갈리지만 연관이 되어있는 옴니버스 형식의 플롯을 바탕으로 독특한 촬영기법과 몽환적인 음악이 곁들여져 참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영화였는데요. 또한 이별의 아픔과 서로를 채워주는 사랑을 다루면서 감성적으로도 훌륭한 영화지요. 사랑의 유통기한을 만년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하기까지 하더군요. 여기에 더해지는 임청하와 양조위, 왕페이, 금성무의 매혹적이고 매력적인 연기는 금상첨화였네요.

다만 생각보다 사랑의 감정선은 잘 느껴지지 않았달까요. 특히 두 번째 에피소드는 양조위의 얼굴 말고는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도 않았구, 663이 불법 우렁각시처럼 행동했던 페이를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거든요. 사실 영화가 탐미주의적인 색깔이 짙어서 플롯을 그렇게 신경 쓰지 않은 영화라고는 해도 저는 좀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홍콩의 역사를 좀 더 잘 알아야지 재밌게 볼 수 있다는 점도 저에게 있어선 좀 마이너스로 작용했네요.

이게 94년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었고 감각적이긴 합니다만, 왕가위 특유의 미장센을 뿌린 것 이외에는 이렇다 할 장점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그 스타일이 영화의 부족한 점을 채울 뿐 아니라 넘쳐흐를 정도라는 것이지요.




★★★★
:빈 곳을 채워주고도 흘러넘치는 왕가위 스타일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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