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Jun 01. 2021

<크루엘라/Cruella>

실사 영화가 애니메이션보다 아름답고 화려할 수 있다는 증표.

<알라딘>으로 쭉 승승장구할 것처럼 보였던 디즈니 라이브 액션은 코로나19라는 장벽과 만남과 동시에 스스로 <뮬란>이라는 거대한 똥을 싸면서 위기에 몰려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크루엘라>는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놓여있던 작품이었는데요.

결과적으로 <크루엘라>는 디즈니 라이브 액션에게 숨을 불어넣는 것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크루엘라라는 빌런을 다룸에 있어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지향하는 디즈니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이 정도면 디즈니 치고는 아주 잘 그려낸 편이랄까요. 물론 <조커>와 같은 영화와는 비교가 불가하지만 전전 작품인 <알라딘>을 생각해 봐도 굉장히 무매력의 빌런을 보여줬던 디즈니가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관객들은 빌런을 무조건 나쁘게만 그리는 게 아니라 굉장히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들어내길 원하는데, 그 점에 있어선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디즈니에서 이 정도 파격적인 캐릭터를 뽑아냈다는 거 자체가 전 마음에 들었네요.

다만 서사 면에선 좀 아쉽게 다가오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제아무리 파격적이라고 해도 디즈니는 PG-13 등급을 맞춰야 하는 만큼 더 보여줄 수 있는 요소들을 감추는 듯한 느낌도 들었구요. 개인적으론 전반부와 후반부의 완급조절이 굉장히 아쉬웠는데요. 전반부는 한 가지 작은 에피소드를 아주 길게 끌고 가서 조금 루즈했지만 꽤나 발칙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면, 후반부는 여러 반전들을 빠르게 쏟아내지만 굉장히 개연성이 떨어지며 쌓아두었던 매력들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었달까요. 디즈니는 항상 마무리가 너무 전형적이어서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안전한 방법이기에 뒷맛이 부담 없이 깔끔하긴 하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무언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하는 엔딩이었네요. 

엠마 스톤의 크루엘라는 기대 이상을 넘어 너무 찰떡이었습니다. 발칙하고 강렬한 이미지가 어울릴까 싶기도 했지만 그런 걱정은 바로 사라지게 만들더군요. 엠마 톰슨도 이런 강렬한 캐릭터 앞에서 아주 훌륭하게 조응하고 있고, 조연들의 분량 조절도 나름 알맞게 들어가는 편입니다. 물론 아쉬운 존재감의 캐릭터들도 있고, 또 캐릭터 간의 관계도 너무 쉽게 해결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지만요. 이런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 위에 뛰어난 미장센이 더해지고 세련된 음악을 깔아주면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는 영화가 됩니다. 가끔 서사가 아쉬워서 계속 신경 쓰이다가도, 화려함으로 무장한 화면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되는 영화가 있는데, <크루엘라>가 바로 그런 영화였네요. 조심스럽게 다음 아카데미 미술상과 의상상은 노미네이트를 넘어 수상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언컨대 <크루엘라>는 올해 개봉작들 중에 가장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최근 개봉하는 대작들이 기다린 만큼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 참 다행스럽네요. 디즈니 라이브 액션도 다시 감을 잡는 거 같아 다행이구요. 




★★★☆
:실사 영화가 애니메이션보다 아름답고 화려할 수 있다는 증표.
매거진의 이전글 <중경삼림/重慶森林>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