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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n 02. 2021

<타락천사/墮落天使>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니 그저 기억할 수밖에.

안 그래도 허세가 가득한 왕가위 감독의 작품이 중2병에 가까울 정도의 허세를 보여주는 작품, <타락천사>입니다.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은데, 세기말의 느낌을 가득 보여주는 느낌이었네요.

일단 왕가위 영화를 보면서 영상미와 촬영에 감탄을 하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진짜 지금 봐도 센세이셔널할 정도인데, 그 당시에는 어땠을지 상상도 안 가는데요. 이전 작품에서도 많이 선보이며 왕가위의 전매특허 중 하나인 스텝프린팅 기법이 특히나 돋보이는 작품이었던 것 같네요. 영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 하나가 고독과 외로움인데, 와이드앵글로 인물들을 고립되어 보이게 만드는 촬영도 참 기가 막히구요. 홍콩의 밤을 담아내는 능력이 아주 탁월해 보입니다. 거의 모든 시간대가 밤인데,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네요. 덕분에 대사가 적고 독백이 많은, 약간은 오글거릴 수도 있는 부분도 멋지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왕가위의 스토리텔링은 개인적으로 불호인 듯 싶습니다. 워낙 영상미와 촬영에 신경 쓰는 탐미주의적 성격인 것은 알고 있지만서도 고독과 허무를 그려내는 방식에 있어선 크게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겠네요. 그리고 왕가위 감독은 범죄 행각을 고독하고 허무함의 산물로 포장하려는 경향이 있어 보이는데, 저는 좀 받아들이기 어려웠달까요. 영화에서도 보이는 하지무의 모습은 이해하기가 많이 힘들었네요. 거기에다 느슨한 전개에 <중경삼림>과는 물론 영화 내 각 에피소드 간의 연결성도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래도 기억을 다루는 부분은 좋았는데,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니 기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잘 전해주는 듯싶었습니다.

<중경삼림>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중경삼림>에 비해선 그다지 매력적인 캐릭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하나 있었는데, 극 중 이가흔이 분한 파트너가 참 강렬했네요. 왕가위 필모를 통틀어도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금성무가 보여준 하지무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여주긴 해도 나름의 매력도 있긴 했구요. 황지명은 진짜 약간 중2병 캐릭터 그 자체라서 좀 애매하긴 했는데, 봐줄 만은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왕가위 영화들 중에선 가장 아쉬운 작품이긴 했습니다. 그래도 영상미 하나만큼은 최고였는데, 다른 부분이 받쳐주질 못했네요. 스토리를 신경 쓰는 분들에겐 쉽게 추천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혹은 <중경삼림>의 그 느낌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도요.




★★★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니 그저 기억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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