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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n 03. 2021

<해피 투게더/春光乍洩>

행복했지만 끝내 불안했던 사랑.

지금까지 본 왕가위 영화는 이야기보다는 영상미와 촬영으로 만들어낸 감성으로 승부를 본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강점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구요. 다만 그랬다면 이렇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겠지요.

<해피 투게더>는 지금까지 왕가위 영화들 중 이야기적인 부분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영화였습니다. 여성 퀴어 영화는 많이 봐왔어도 남성 퀴어 영화는 처음인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안 본.. 아미 해머 이놈 땜에 보기가 참 애매해졌네요) 나름 성공한 작품 선택인 거 같았네요. 잘 만든 퀴어 영화를 보면 게이/레즈비언이란 틀에 갇혀있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랑이란 감정을 너무나 잘 다루고 있는 것 같아요. 하여튼 영화는 아휘와 보영의 관계를 너무 잘 담아내고 있는데요. 끌어안지도, 그렇다고 멀리 떠나보내지도 못하는 관계가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둘이 함께했던 시간들은 참 행복했지만 끝내 불안함으로 가득했지요. 상처를 입은 순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관계, 그게 사랑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캐릭터 간의 성격이 대조되는 부분이 참 기억에 남았습니다. 무심한 듯 다정했고, 다정한 듯 무심했던 둘의 모습이 안타깝게 다가오기도 했달까요. 개인적으로 아휘의 캐릭터가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는데, 자신이 떠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그 비참함을 너무 잘 보여주고 있는듯싶었는데요. 그럼에도 떠나는 발길을 뗄 수 있던 것은 더 사랑한 사람만이 할 수 있었던 행동인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보영이 참 너무하다 싶기도 하다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보영의 그 눈물과 눈빛은 먹먹하게 만들었네요. 이러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사한 양조위와 장국영이라는 배우들은 정말 엄청납니다. 대사 없이 수많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이들의 눈빛과 눈물은 가히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가위가 아르헨티나 배경을 담아냈다는 것 자체가 참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한 작품인데요. 다른 영화들에 비해선 떨어지긴 하지만 훌륭한 영상미가 돋보이기도 하구요. 여러모로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화양연화>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달까요.




★★★★
:끌어안지도 떠나보내지도 못한 인연, 행복했지만 끝내 불안했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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