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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n 06. 2021

<화양연화/花樣年華>

가끔 어떤 사랑은 스쳤을 뿐인데 시작되고, 흘려보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왕가위의 명실상부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영화, <화양연화>입니다. 명성답게 단순한 로맨스 영화로만 보이지는 않는 영화인데요.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에 양조위와 장만옥의 치명적인 모습까지 더해진 수작이었습니다.

가끔 어떤 사랑은 자기도 모르게 시작되고, 잠시 스쳐 지나갔을 뿐인데 시작되죠. 차우와 첸 부인의 사랑도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 사랑은 완성될 수 없었던 사랑이었는데요. 둘 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결국 둘은 이어지지 못하지요. 창가에 앉아 서로의 이름만을 들어도 눈물이 나오는 사랑이었지만, 완성되지 않아서 더욱 아름답게 남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너무 아프지만 결국 그 시간이 그들의 화양연화도 남았지요. 어떤 사랑은 스쳤을 뿐인데 시작되고, 흘려보냈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둘의 사랑처럼요.

이들의 관계가 더욱 아프고 아름답게 다가왔던 이유는 각 배우자들과 다르도록 적정 선을 지켰기 때문일 것으로 보입니다. 로맨스 영화임에도 둘의 키스신조차 등장하지 않지요. 또 각 배우자들의 얼굴이 비치지 않는 점도 인상적으로 다가오는데요. 그래서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랑은 결국 스쳐가는 순간들과 만남의 조각들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너무나 잘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도 너무나 잘 잡아내고요. 이런 감정적인 부분이 잘 살아난 것은 당연히 두 주연 배우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양조위와 장만옥이 아니었다면 누가 이런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명성에 비해서 크게 다가오는 느낌은 없었달까요. 이런 걸작 앞에서 하기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가끔 대단한 영화임을 앎에도 크게 와닿는 점이 없는 영화가 있는데, <화양연화>도 그런 영화들 중 하나였습니다. 뭐, 언젠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순간이 올 걸 알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습니다만 지금은 좀 아쉽긴 하네요. 뭔가 한 방이 있었다면 만점 줄 수 있는 영환데, 조만간 한 번 더 보고 별점을 수정하던지 해야겠어요. ㅎㅎ;




★★★★☆
:가끔 어떤 사랑은 스쳤을 뿐인데 시작되고, 흘려보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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