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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n 08. 2021

<2046/2046>

떠나간 사랑들을 흘려보냄과 동시에 어제의 자신도 돌아보는 왕가위.

왕가위의 2004년 작품 <2046>을 처음 본 순간, 왕가위의 이전 필모그래피와 비슷한 점을 단번에 찾을 수 있습니다. <아비정전>부터 보여주었던 그 특유의 느낌과 감성을 오프닝부터 그대로 표출하고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왕가위의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고 봅니다. 대사부터 시작해서 캐릭터, 미장센, 메시지까지 스스로를 오마주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변한 것 없이 들어가 있는 요소들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왕가위 영화는 다른 이야기여도 이어져있는 느낌이 참 강하다고 느꼈습니다. 그중에서도 <화양연화>의 느낌이 정말 강하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비정전>과 <화양연화>의 캐릭터와 사건들이 이어지는 속편이나 다름없더군요.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속편 격의 작품임에도 <아비정전>이나 <화양연화>의 완성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었네요. 너무 과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화양연화>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한 여자와의 사랑을 추억으로 보낸 차우가 그 이후 여러 사랑들을 떠나보내는 이야기인데요. 과거의 기억에 얽매인 한 남자가 현재를 살아가는 법에 대해서 고찰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차우는 사랑들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다는 점이지요. 그럼에도 역시 <화양연화>의 한 여자만을 바라보았던 그 차우가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왕가위의 다른 영화에 비해서도 홍콩의 역사, 특히 홍콩 반환에 대한 요소들도 더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굳이 알 필요는 없지만 알면 알수록 보이는 영화라는 것이지요. 음악은 정말 좋습니다. 익숙한 음악이 나오는데, 진짜 너무 환상적인 음악들로 가득 차 있어요.

결국 영화는 사랑을 흘려보내는 차우의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과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하는 왕가위의 모습도 보였던 영화랄까요. 왕가위 영화의 집대성이자 터닝포인트처럼 보이기도 하는 영화였습니다. 다만 영화 자체의 완성도로 봤을 때는 굉장히 아쉽게 다가오기도 했네요. 게다가 러닝타임이 2시간이 넘어가는 바람에 왕가위 특유의 화려함이 피로감으로 변모해버리기도 했달까요..^^;




★★★
:떠나간 사랑들을 흘려보냄과 동시에 어제의 자신도 돌아보는 왕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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