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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n 08. 2021

<에로스/The Hand>

절제와 동시에 관능적인, 이토록 독보적인 스타일의 에로스.

<에로스>는 사실 세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다만 국내에서 현재 볼 수 있는 것은 왕가위 감독의 단편뿐인데요. 평들을 보아하니 왕가위 감독을 제외하고선 그다지 좋은 작품들이 아닌 것 같으니 오히려 잘 된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제목과 등급에서부터 보이듯이 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더 과감해진 듯한 모습입니다. 애초에 강렬하고 관능적인 스타일이 돋보이는 왕가위 감독인데, 조금 더 과감해지고 작정하니 꽤나 에로틱한 영화가 나왔더군요. 다만 영화는 직접적인 묘사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간 <화양연화>에서 보여준 절제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인데요. 그래서 직접적인 묘사가 나오지 않음에도 굉장히 관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왕가위 감독이라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에로스 하면 육체적인 사랑을 떠올리는데, 직접적인 묘사가 없다니 꽤나 이상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요. 왕가위 감독은 육체적인 관계만이 에로스가 아니라 사모하는 대상에서 오는 그 사랑 자체를 에로스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달까요. 왕가위 영화답게 과거에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다루고 있는데, 이쯤 되니 왕가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다른 어떤 것도 아닌 과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또한 여느 왕가위 영화와도 이어진듯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공리가 주연이다 보니 <2046>의 검은 거미의 캐릭터와도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공리와 장첸의 감정연기가 어마 무시한 영화였고, 중간중간 흐르는 왕가위 스타일의 음악은 아름다움을 한층 더하고 있는 영화였습니다. 56분 밖에 되지 않는 영화이다 보니 가볍게 보기에도 나쁘지 않은 편인데, 개인적으로 왕가위의 스타일과 감정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작품이었네요. 뭐, 왕가위 감독의 전반적인 색깔이 그렇기도 하지만요.




★★★
:절제와 동시에 관능적인, 이토록 독보적인 스타일의 에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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