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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n 20. 2021

<복수는 나의 것>

본래 복수란 영원하고 정의로운 주체가 없는 법.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 중 한 명인 박찬욱 감독의 초기작 <복수는 나의 것>입니다. 복수 삼부작의 첫 번째 작품으로도 유명한데, 정말 지독하고 끔찍한 박찬욱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났던 영화였네요.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가장 궁금했던 점은 제목의 의미였습니다.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제목이 과연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궁금했는데, 다 보고 나니 이것보다 적절하고 탁월한 제목은 없을 거 같더군요. 제목에서 보이다시피 복수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원래 복수극이라고 하면 통쾌한 이야기를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다릅니다. 본래 복수란 정의롭고 영원한 주체자가 없다는 점을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거든요. 칼을 계속 찌르다 보면 어느새 내 등 뒤에도 칼이 박히는 게 복수겠지요. 복수란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박찬욱답게 연출이 굉장히 뛰어난데요. 아이러니를 다루는 방법이 정말 훌륭합니다. 영화는 아이러니로 가득 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정말 계획적으로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계속해서 비극적인 일들이 발생하죠. 지독한 아이러니가 연속으로 일어난 현실은 정말 암담합니다. 그리고 태도의 변화에 대한 연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개인적으로 동진의 변화가 정말 기억에 남았달까요. 자신의 딸을 부검할 때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내내 울었던 그가 류의 누나를 부검할 때에는 하품까지 하죠. 정말 아이러니한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송강호는 정말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정말 내내 번뜩이더군요. 마지막 장면에서의 임팩트도 훌륭했구요. 신하균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대사 하나 없는데도 잘 표현하고 있구요. 배두나도 기억에 남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특기인 롱테이크가 인상적입니다. 롱테이크가 꽤나 많이 등장하는데 몰입도를 확실하게 상승시켜주고 이에 조응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아주 탁월하죠. 여러모로 대단했습니다.

몇몇 장면에서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것들을 빼고선 아주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가릴 건 다 가렸지만 수위가 상당해서 질겁할 정도긴 했지만요. 다음 작품인 <올드보이>가 참 기대되더군요.




★★★★☆
:본래 복수란 영원하고 정의로운 주체가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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