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오직 빨갛게만 물들 뿐이다.
복수 3부작의 마지막인 <친절한 금자씨>입니다. 영화는 3부작의 이전 작품들인 <복수는 나의 것>, 그리고 <올드보이>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인데요. 물론 저 두 작품과 비교해서지 작품 자체로만 봤을 땐 굉장히 자극적이고 지독한 영화입니다.
이쯤 오니 박찬욱이 복수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거 같은 느낌이네요. 복수는 진정한 해결책, 혹은 속죄가 아니라는 것이죠. 복수는 단순히 또 다른 죄의식을 불러일으킬 뿐, 그 어떤 구원도 아니니까요. 또 그렇다고 핏빛 복수를 나쁘게만 보자니 피해자들의 심정도 걸리구요. 이들에게 용서란 너무 잔인한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거든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복수로 쾌감을 얻는다는 건 불가능이네요. 그런데 복수 3부작 중에서 가장 경쾌하다는 건 일종의 구원을 바랐던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복수가 결코 구원으로 다가오지는 않으면서도요). 앞선 두 영화에선 단순한 개인적 원한으로 행해진 복수였다면, <친절한 금자씨>에선 그와 동시에 속죄를 하고 싶었던 모습이 보였달까요
그렇기에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와 구조 자체도 달라 보입니다. 그중 하나가 친절을 통해서 복수 과정을 도와주는 동료들을 얻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금자라는 캐릭터를 확고하게 하면서 영화만의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만든 거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친절한 금자씨>는 약간 실험적인 영화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아름다운 하나의 실험 같았는데,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독특한 면이 보여서 더욱 그렇게 다가오기도 했구요. 미장센이 정말 끝내줍니다. 약간 과한 거 같은 느낌도 드는데, 정말 하나하나가 아름다워요. 색깔을 이용한 대비도 참 인상적이었네요.
이영애가 영화의 보석입니다. 솔직히 초반에는 너무 이뻐서 어이가 없을 정도였는데요. 영화를 보기 전에도 종종 들어서 명성은 알았지만 실제 영화를 보니 더욱 엄청난 미모더군요. 어느 정도냐면 너무 이뻐서 집중이 안 될 정도?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연기력에 빠지게 되더라구요. 이렇게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줄 거라곤 또 예상하지 못해서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널리 알려진 명장면들부터 해서 세세한 장면들까지. 몇몇 장면들은 숨을 못 쉴 정도로 관객들을 장악하는 능력이 참 훌륭했다고 느껴졌습니다. 최민식은 여기서도 복수를 당하는 역할로 나오니 이것도 나름의 재미더군요. 배우들 찾는 맛이 있는데 우정출연이긴 하지만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훌륭한 캐스팅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송강호부터 신하균, 유지태, 강혜정, 고창석, 김병옥, 오달수까지. 이전 시리즈에 출연했던 모습들이 보여서 반가웠습니다.
사실 호불호가 좀 갈릴 영화입니다. <복수는 나의 것>처럼 지독하지도 않고, <올드보이>처럼 파격적인 반전도 없거든요. 어떻게 보면 3부작 중 가장 평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전 좋았네요. 무엇보다 정말 아름다운 영화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
:복수는 오직 빨갛게만 물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