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앉아서 듣고 이해하고 응원하는 태도, 사랑스럽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박찬욱 감독의 필모 중 가장 덜 알려진 영화 중 하나일 겁니다. 인지도도 떨어지는 편인데 평도 호불호가 상당히 갈려서 이 영화의 존재를 모르는 분들도 꽤나 계시는 거 같더군요. 저도 볼 땐 걱정하면서 봤는데 최악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영화가 굉장히 밝고 귀엽습니다. 물론 박찬욱 감독답게 대담한 장면이나 (12세 관람가인데 초반부터 손목을 긋는 장면이..) 비괸적인 분위기가 유지되지만 꽤나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찌 보면 굉장히 정신 사나울 수 있는데 캐릭터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고 매력 있어서 좋았습니다.
영화에선 자신을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는 영군이 밥을 안 먹게 되면서 애를 먹는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이를 치료하는 방법이 참 인상 깊습니다. 이른바 정상인들인 의사들은 전기충격 요법을 쓰거나 코로 먹이면서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에 같은 비정상인인 일순은 이해하고 받아들이죠. 결국 치료가 되는 건 일순의 방법이었구요. 망상을 깨는 것보다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는 것. 다르다고 주저앉아 있는 자들을 강제로 일으켜 세우기보다 같이 앉아 눈을 맞추고 최소한의 한 걸음을 응원하고 지켜보는 것. 그저 다를 뿐이니까요.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달까요.
임수정의 하드캐리입니다. 애초에 영군이라는 캐릭터를 이렇게 사랑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임수정의 연기가 아닐까 싶었는데요. 나름 파격적인 모습도 많이 나왔는데 대단하더군요. 비의 연기는 좀 아쉽긴 했지만요.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눈에 띄기도 했는데 애초에 분위기나 소재 자체가 쉽게 좋아할 수 있는 요소들은 아니라서요. 저도 받아들이려고 꽤나 노력했는데 완전히 흡수하지는 못한 거 같네요.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꽤나 난잡하고 구멍이 보이기도 하구요. 박찬욱 감독이 쉬는 느낌으로 제작했다고 하는데, 딱 그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분명 쉽게 좋아하실 수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요. 다만 사랑스러운 매력은 분명한 영화인데다, 착한 세상을 꿈꾸는 듯한 박찬욱 감독의 매력도 보이는 것이 나름 매력적인 영화로 다가오기도 하네요. ^^
★★★
:곁에 앉아서 듣고 이해하고 응원하는 태도,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