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지도 않은 범인한테 내내 당하기만 하면 있던 긴장감도 사라진다.
<더 테러 라이브>의 편집감독이었던 김창주 감독의 데뷔작이자 조우진 배우의 첫 주연작인 <발신제한>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걱정을 좀 했던 영화인데요. 최근 국내 블록버스터가 힘을 못 쓰고 있기도 했고, CJ 엔터테인먼트에서 신인 감독 작품은 거의 다 아쉬웠거든요.
영화의 초반부는 나름 괜찮은 편입니다. 꽤나 급전개처럼 느껴질 법도 한데, 영화의 설정에서 줄 수 있는 긴장감은 다 주는 편이랄까요. 부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급한 레이싱도 좋았고, 폭탄에서 오는 긴장감이 꽤나 묵직했습니다. 다만 영화는 후반부에서 급격히 무너지고 마는데요. 영화 초반부에서 보이는 여러 요소들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이나 범인 동기들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체적인 흐름이 너무 무난해서 초반부에 바짝 끌어올렸던 긴장감이 사라지고 말았네요. 1시간 30분으로 꽤나 짧은 러닝타임 동안 긴장감을 유지하면 되는데, 한 40분 정도 지나니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한 전개로 이어나가는데, 그때부터 와르르 무너지더군요.
그것보다 큰 문제는 스토리 구성 자체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선 범인이 굉장히 치밀하게 옥죄어 오지도 않는데 주인공을 포함한 주변 인물들은 90분 내내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거든요. 정말 대적할 수 없을 정도의 술법을 들고 오면 어떻게 벗어나나 하는 긴장감이 있을 텐데, 그렇지도 않은 데다 경찰을 포함한 주변인들의 대응은 하나같이 허술해서 답답함을 불러일으킨달까요. 초반부엔 꽤나 긴장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답답해가지고 짜증 내면서 봤습니다. 신파도 나옵니다. 애들이랑 같이 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조우진 배우는 살아남았습니다. 참 명품 조연으로 활약하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주연으로도 손색없다는 걸 증명하게 되었네요. 리얼한 연기가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수준급이라서 놀랐습니다. 특히 딸 역할로 나온 이재인의 연기가 기대 이상이었네요. 다만 영화가 인물을 소비하는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중요할 거 같은 인물이 바로 사라지는 느낌이었달까요. 근데 알고 제외한 게 아니라 영화 자체도 주변 인물들의 존재를 까먹은 듯한 느낌?
범인의 동기는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사실 초반부 성규의 직업과 통화 내용만 봐도 왜 그랬는지 추측할 수 있었거든요. 이젠 펀드매니저라는 직업도 일종의 클리셰가 되어버린 것일까요..^^; 아무튼 전체적으로 가볍게 즐기기엔 나쁘지는 않아 보이는 국내 영화인데, 뭔가를 기대하신다면 실망하고 나오실 영화 같았습니다.
★★☆
:치밀하지도 않은 범인한테 내내 당하기만 하면 있던 긴장감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