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Jun 29. 2021

<스토커/Stoker>

성장하기 위해선 가끔 아플 때도, 나쁜 짓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박찬욱 감독이 처음으로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작품, <스토커>입니다. 이전부터 해외에서 관심을 받던 감독이니만큼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게 이해가 가는데, 전체적인 완성도는 국내 작품에 비해선 아쉬웠네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알프레드 히치콕의 <의혹의 그림자>를 오마주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의혹의 그림자>를 관람하진 않았지만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이더군요. 시간이 흐른 만큼 <스토커>에선 좀 더 대담한 장면들이나 설정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한 편의 성장영화로 보면 좋은데요. 한 소녀가 자신의 욕망을 일깨우면서 성장통을 겪고, 더 나쁜 짓을 하지 않기 위해 나쁜 짓을 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잘 나타나 있거든요.

미장센이 정말 뛰어납니다. <올드보이>나 <친절한 금자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완전히 달랐을 제작 방식을 생각해 보면 꽤나 좋은 성과였던 것 같은데요. 여기서 박찬욱의 변태스러운 아름다움이 잘 드러납니다. 다만 그걸 완전히 표출하기보단 절제하는 느낌이 강하달까요. 그게 제일 잘 드러난 게 중반부 피아노 신이었는데, 정신적인 쾌감을 너무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장센뿐 아니라 편집이 참 인상 깊었던 작품입니다. 박찬욱의 영화는 참 감각적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드네요.

다만 각본에 있어선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보니까 박찬욱이 쓴 게 아니라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출연한 웬트워스 밀러가 썼더군요. 촘촘하고 치밀한 것은 좋았지만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단서나 복선을 던져주면서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끼고, 결국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이 극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달까요. 게다가 인디아와 찰리를 제외하곤 방치되는 캐릭터가 꽤나 있어 보였습니다. 모든 캐릭터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량을 가졌음에도 버려지는 것은 좋지 못하죠.

미아 바시코브스카와 매튜 구드의 연기는 참 좋았습니다. 특히 매튜 구드의 눈빛은 강렬했는데, 찰리 스토커라는 캐릭터를 잘 살린 것 같았네요. 다만 콜린 퍼스가 거의 캐스팅될 뻔했다는데, 콜린 퍼스가 이 역할을 맡았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네요. 니콜 키드먼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녀가 맡은 이블린의 역할이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이네요.

박찬욱 본연의 색깔은 좀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좋은 영화입니다. 기괴한 분위기와 음악이 아주 효과적으로 작용하며, 이에 조응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한 편이죠. 각본은 아쉽긴 하나 박찬욱의 연출과 편집으로 어느 정도 메꾸고 있으니 한 번 보셔도 좋을 영화처럼 보이네요.




★★★☆
:성장하기 위해선 가끔 아플 때도, 나쁜 짓을 해야 할 때도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