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The Handmaiden>
서로의 구원자가 되어 구속에서 벗어나는 흥미로운 서사를 매혹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2016년 작으로 가장 최근 장편 영화인 <아가씨>입니다. 국내에선 대중에게 자극적인 영화로만 기억되는 거 같은데, 그런 것이 아쉬울 정도로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아가씨>는 박찬욱의 여느 영화와 같이 깊이 있지만 걱정보다 그렇게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 영화입니다.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요소들이 쉽게 쉽게 들어온달까요. <아가씨>는 억압받고 구속되던 자들, 그중 여성들이 자유를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동성애, 그것을 파격적이고 노골적인 시선으로 담고 있는 영화죠. 이 영화가 동성애를 다루는 시선은 꽤나 중요한데, 굉장히 매혹적이고 에로틱해서 정말 박찬욱 답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아가씨>의 베드신이 수위가 높고 적나라하다는 이유로 동성애를 남성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라는 평을 하는 분들이 종종 보이는데, 저는 결코 동의할 수가 없네요. 우선 적나라하고 노골적인 성행위가 나오면 무조건 남성적이라는 시선 자체부터가 저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여성의 동성애는 무조건 순수해야 하고 우아해야 하나요? 그래서 조심스럽고 감춰가며 다뤄야 하는 건가요? 애초에 포인트를 잘못 잡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성적, 여성적으로 구분 짓는 판단 자체가 너무 좁은 시선이라는 것이지요. 왓챠피디아에 하나의 평이 있는데, 너무 제 생각과 똑같아서 놀라웠습니다. 읽어보는 걸 추천드릴게요.
이 영화에 대해서 잘 몰랐던지라, 대체 어떤 영화일까 궁금했는데 플롯이 생각보다 치밀하고 정밀해서 좋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반전이 있는 작품이라 재미도 있었구요. 비틀려진 서사 사이를 내달리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고 생각이 들었네요. 무엇보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미장센이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박찬욱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너무 아름다워서 숨이 막힐 때가 있는데, <아가씨>도 그런 영화입니다. 미술적인 부분부터 카메라 앵글까지 너무 매력적이었네요.
박찬욱의 어떤 영화보다 배우들의 힘이 대단했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김태리뿐 아니라 히데코를 너무 완벽하게 연기해낸 김민희, 능글능글한 백작 역을 맡은 하정우, 정말 강렬했던 조진웅, 그리고 짧았지만 인상적이었던 문소리까지 참 좋았어요. 이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과연 이런 매력의 영화가 나왔을까 싶기도 했네요. 조진웅이 맡았던 코우즈키에선 계속 박찬욱 감독 본인의 모습이 겹쳐서 조금 웃겼네요..ㅋㅋ
좋은 영화였습니다. 플롯이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저는 마음에 들었네요. 그냥 분위기 자체가 매우 매혹적이라 보고 있으면 빠져드는 영화니, 단순히 자극적인 영화로만 기억하지 마시고 도전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
:서로가 서로의 구원자가 되어 구속에서 벗어나는 흥미로운 서사를 매혹적으로 내달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