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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Jul 02. 2021

<미드나이트/Midnight>

스스로 부여한 설정조차 활용하지 못한 채 부리는 아집.

<서복>에 이은 두 번째 티빙 오리지널 영화 <미드나이트>입니다. 이걸 극장에서 볼까 말까 고민을 좀 했는데 티빙 한 달 무료권이 있길래 집에서 봤네요.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요즘 한국 영화 참 처참하네요. 원래 이런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코로나 시국이라서 좋은 작품이 안 풀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오는 영화마다 심각한 완성도군요. 일단 <미드나이트>는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등장하는 스릴러물입니다. 다만 감독은 스릴러물에서 보여줘야 할 서스펜스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릇 서스펜스라 하여금 다수의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게 긴장감을 조성해야 하는 것인데, <미드나이트>는 '이렇게 하면 무섭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장면들을 구성하기 바쁩니다. 감독이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장면들을 그대로 영상화한 것처럼 보였네요. 각본의 퇴고를 거쳤다는 느낌이 안 들었달까요.

게다가 개연성이 끔찍한 수준입니다. 바로 저번주에 개봉한 <발신제한>에서도 개연성을 꼬집었는데, <미드나이트>는 더하거든요. 우선 밑도 끝도 없이 살인마를 등장시켜놓고, 이유도 동기도 없이 살아남기 위한 추격전만 하는데 대체 어떻게 이렇게 흘러가는 건지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겠더군요. 무리수에 무리수를 더한 전개로 불안불안하다가 결국 중반부도 채 지나지 못한 채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보시다 보면 이게 왜 이렇게 되는 건지 궁금하실 겁니다. 정작 필요한 왜는 채우지 못한 채 달리기 급급한 영화 같았네요.

전개 자체도 굉장히 답답합니다. 스릴러에 답답함이 없다면 안 되겠지만 답답함을 필두로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는 별로 좋지 못하네요. 그리고 기본 상식조차 무시하는 장면들의 연속인데, 파출소에서 칼부림하는 거 보고 현웃 터졌네요. 정말 너무한 거 아닙니까.. 요즘 같은 시대에 파출소에서 칼부림하는 사람들이 어딨어요, 감독님..

캐릭터 활용도 아쉽습니다. 캐릭터들의 행동이 죄다 의문투성이인데 이를 해결할 생각은 하나도 없구요. 정말 답답합니다. 주인공 모녀는 물론이고 경찰들, 심지어 일반 시민들마저 답답합니다. 왜 이런 행동들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경찰들은 알아서 끼어들고 알아서 빠지는 수준이더군요. 심지어 범인조차 답답합니다. 총체적 난국이죠. 배우들의 연기, 특히 청각장애인을 연기한 진기주 배우는 참 좋았는데 아쉽네요.

결정적으로 영화는 작품이 탄생하게 된 기본적인 설정인 청각장애라는 요소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이러면 무섭다는 아집을 부리는 영화입니다. 기본적인 서스펜스도 보여주지 못한 채 길을 잃고 방황하는 스릴러라니.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서 <차인표>와 더불어 최악을 다투는 영화였습니다..^^;




★★
:스스로 부여한 설정조차 활용하지 못한 채 부리는 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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