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것을 잃어버린 젊은이의 처절한 몸부림.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 <초록물고기>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이지만 한 작품도 접해본 적이 없기에 기대가 되었는데요. 데뷔작부터 그의 느낌을 바로 알겠더군요.
일단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부분이 상당히 리얼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상황이나 설정 등등에서 리얼리티가 잔뜩 묻어났지만 저는 무엇보다 인물에게서 더욱 리얼함을 느꼈는데요. 정말 어딘가 존재하고 있을 것 같은, 그 시절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많은 것을 고뇌하던 젊은이 중 한 명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정체성과 꿈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던 청년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아주 잘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인물이 너무 잘 묘사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처럼 보였달까요.
그리고 굉장히 문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느끼는 거 같던데, 무슨 느낌인지 알겠더군요. 정말 교과서에서 배울 법한 현대문학을 그대로 영상화한 듯싶었습니다. 각색하고 영화화한 게 아니라, 소설이 시각화된다면 이런 느낌인 거 같았어요. 알고 보니 이창동 감독이 처음에 소설가로 데뷔를 하셨더군요. 상황이나 배경, 그리고 메시지까지 교과서에서나 배울 법한 문학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었네요. 재개발 신도시를 배경으로 한 것이 또 영향을 미친 것 같았습니다. 제가 본 가장 문학적인 느와르였네요.
한석규를 빼놓고 이 영화를 이야기할 수 없겠죠. 당대에도 잘나가던 배우로 알고 있는데 참 좋은 배우라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송강호가 참 신스틸런데, 단순 조연임에도 존재감이 대단하더군요. 떡잎부터 다르다는 걸 새삼 깨닫네요.
다만 저에겐 옛날 영화에서 오는 이질감과 더불어 리얼리즘에 비해 꽤나 무난한 플롯이 아쉽게 다가오기도 한 영화였네요. 그럼에도 역시나 훌륭한 감독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
:많은 것을 잃어버린 젊은이의 처절한 몸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