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Jul 06. 2021

<박하사탕/Peppermint Candy>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결국 수많은 굴곡 앞에서 택한 나의 선택.

이창동 감독의 역작, <박하사탕>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썸네일의 '나 다시 돌아갈래~~' 밖에 없었는데 실로 대단한 영화였네요. 참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게 만든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은 역순행적 구조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정말 초반부부터 그 유명한 장면이 등장해서 당황할 수도 있는데요. 그 이후부터 그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해 거슬러 올라가는 방법으로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순행적 구조로 이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힘이 떨어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영화를 보다 보면 '영호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서 시작해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는가'로 질문이 변하게 되는데, 참 씁쓸하게 만듭니다.

결국 영화는 근현대사의 시대적 아픔을 통째로 겪은 이의 타락과 몰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과 굴곡이 한 사람의 인생을 그대로 통과하면서 온갖 상처들을 주고 말았거든요. 다만 저는 이 영호라는 인물이 시대의 파도 앞에서 그저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한, 피해자의 위치에만 있는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요. 결국 과거로 돌아가고픈, 후회스러운 현재의 자신을 만든 것은 과거로부터 계속해왔던 그의 선택이었기 때문이지요.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이 있었을 텐데 영호는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더 과격한 방법을 선택하고 행했던 그니까요. 어쩔 수 없었던 행동이 있었나 싶기도 하네요. 안타까운 피해를 입었지만 그와 동시에 참 많은 얼룩을 스스로에게 묻힌 인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를 내몰지 않고 편안했던 기억 속으로 이끌려고 노력합니다. 역순행적 구조를 선택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처럼 보이기도 하구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21세기의 사람들은 더 이상 시대적 흐름 앞에서 고통받지 말고 순수하고 행복했던 기억만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투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영화가 개봉한 시기만 봐도 IMF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를 바라본다면,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가'란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씁쓸하기도 합니다.

또한 보는 내내 전율이 돋고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설경구의 연기가 실로 대단합니다. 평들을 보아하니 공감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혹시나 저와 같은 걱정을 하고 계신다면 정말 훌륭한 걸작이니 부담스러우시더라도 시도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결국 수많은 굴곡 앞에서 택한 나의 선택. 어쩔 수 없었던 행동은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록물고기/Green Fish>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