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위도우/Black Widow>
따스한 가족애로 정든 이에게 못다 한 안녕을 고한다.
명실상부 최고의 프랜차이즈, 마블 스튜디오의 페이즈 4 첫 작품인 <블랙 위도우>입니다. 정말 2년 만에 찾아온 마블의 영화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설레는 감정은 오랜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마블답게 기본적인 재미는 깔아주고 있습니다. 어벤져스 원년 멤버지만 강력한 동료들 때문에 호크아이와 더불어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풀어내지 못했던 히어로 중 하나인데요. 이제껏 마블이 던졌던 블랙 위도우 과거에 대한 떡밥들을 찬찬히 풀어나가면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고 있습니다. 너무 궁금했던 부다페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자세히는 아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도 해주고 있구요. 나타샤 로마노프의 개인적인 서사를 투박한 히어로물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애를 끌어들인 점이 영화의 특징입니다. 불완전한 가족이 기어코 하나의 가족으로 재탄생 하는 부분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이 떠오르기도 했구요. 따스하고 뭉클한 가족의 완성을 통해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에게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못다 한 안녕을 고하는 영화였습니다. 마치 그녀가 쓴 회고록 같아 보이기도 하구요.
다만 장점보단 단점이 더 들어왔던 영화라는 점이 부정할 수는 없겠습니다. 우선 가족애를 가져오면서 자연스레 히어로물의 투박한 액션은 사라지는데, 시원시원한 액션 히어로 영화를 기대하셨던 분들에겐 아쉽게 다가올 수도 있겠더군요. 최근 마블 솔로 영화는 개연성이 참 부족한 거 같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블랙 위도우>만의 독창성이 사라지는데요. 솔로 영화에는 무슨 공식이라도 있는 것처럼 초반부가 지나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훤히 보인달까요. 그러다 보니 클라이맥스에서 오는 전율도 반감되는 기분입니다. 무엇보다 커다란 구멍은 영화가 표방하고자 하는 가족애와 자유의지, 여성해방에 관한 메시지가 너무 표면적으로만 다가온다는 점입니다. 이를 나타내기 위해 이렇다 할 상징적인 요소들을 활용하기보단 단순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네요.
캐릭터의 활용도도 아쉽긴 합니다. 사실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는 등장한지 10년도 더 되었는데, 최후를 마주하고 나서 솔로 영화가 나온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합니다. 블랙 위도우 본연의 이야기와 동시에 새로운 세대로 교체하는 것까지 다루기엔 감독의 역량이 좀 부족해 보였네요. 동시에 알렉세이와 멜리나는 비중에 비해 분량이 턱없이 부족했구요. 옐레나의 중요성은 알겠으나 나타샤 개인적인 이야기에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빌런의 매력은 거의 제로가 가깝습니다. 태스크 마스터의 활약은 없다시피하며, 최종 보스에 가까운 드레이코프는 하는 일도 없고 최후도 시시하죠. 여러 위도우들도 단역에 불과합니다. 마블이 가장 잘했던 것 중 하나가 캐릭터 매력을 살려내는 것인데, 여기선 발휘하지 못했네요.
다만 2년 만의 찾아온 마블을 거부하지는 못하겠네요. 실제로 보면서 재밌게 보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제가 보라 마라 할 스케일의 영화는 아니기 때문에 웬만하면 극장에서 보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
:투박한 영웅물에서 잠시 벗어나 따스한 가족애로 정든 이에게 못다 한 안녕을 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