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Jul 10. 2021

<밀양/Secret Sunshine>

어쩌면 구원은 묵묵하지만 끝까지 곁에 있어주는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이창동 감독의 2007년 작품, <밀양>입니다. 이 영화는 이창동 감독님 작품 중에 가장 기대하던 작품이었습니다. 들려오는 평가가 상당히 좋았기 때문인데요. 역시, 걸작이었습니다.

영화는 남편을 잃은 신애가 그의 고향 밀양으로 내려와 살지만 아들 준이 납치, 살해되는 비극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구원과 용서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데요. 우선 우리 사회가 일반적으로 명시하는 구원이란 불편함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신은 누구나 다 구원하는 건가요? 다른 이의 상황은 신경 쓰지도 않고? 어쩌면 우리는 이 구원을 일종의 도피처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진정한 믿음과 반성의 결과가 아니라 단순히 도망치기 위해서 선택한다는 것이죠. 영화는 동시에 현대의 구원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 옆에 묵묵히 있어주는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점도 일러줍니다. 저는 <밀양>에서 이 부분이 제일 좋았네요. 이러한 메시지의 정점인 엔딩 신도 참 여운이 남았구요.

용서라는 것도 참 그렇죠. 용서는 언제나 제3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당사자 간의 관계에서 용서가 나오는 것이지, 누군가가 용서해 준다고 다 해결된다는 게 아니라는 말이에요. 또 용서를 받았다고 떳떳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피해자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일 겁니다. 용서는 오로지 나 자신의 것이지 그 누구에게도 할 권리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렇듯 <밀양>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불편함을 꼬집어내고 있는 영화입니다. 단순히 반종교적인 영화로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종교인들을 나쁘게 그리지는 않는 영화고, 오히려 깊이 있는 종교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거 같기도 해요. 인상적인 종교적 딜레마를 다루고 있기도 하니까요.

전도연과 송강호의 연기는 가히 압도적입니다. 전도연은 정말 극을 휘감는, 일종의 포스 같은 게 느껴지네요. 전도연의 연기는 처음 보는데(이상하게 하나도 본 작품이 없네요..^^;), 과연 명성 대로랄까요. 후반부로 갈수록 더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이 대단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송강호는 경상도 사투리 연기를 할 때 제일 찰지다고 생각이 드는데, 여기서도 그렇습니다. 진짜 자연스레 연기 잘해요 정말.. 촬영이며 디테일까지 훌륭한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노래는 특히 좋더군요. 괜히 마음이 아리게 만들기도 했구요.

참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습니다. 엔딩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 같네요. <박하사탕>과 더불어 가장 좋은 이창동 감독님 영화였습니다. 그나저나 요즘 만점 영화가 많아진 느낌이네요..^^; 좋은 영화들을 많이 보니 참 행복합니다. ㅎㅎ





★★★★★
:어쩌면 구원은 묵묵하지만 끝까지 곁에 있어주는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