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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04. 2021

<음식남녀/飲食男女>

음식은 재료가 아닌 요리사의 재주.

이안 감독의 3번째 장편, <음식남녀>입니다. 이 영화는 대충 들어만 봤다가, '방구석 1열'에서 만난 이후에 이제야 제대로 보았네요. 가족 시리즈의 마지막인데, 수작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단 영화는 단순히 음식을 곁들인 가족 영화처럼 흘러가는데요. 후반부부터 급발진하더니 웬만한 막장드라마 뺨치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래도 음식은 재료가 아닌 요리사의 재주랬던가요. 이런 소재를 훌륭한 가족 드라마로 다듬어내는 이안 감독의 능력이 대단하네요. 가족 시리즈에서 내내 보여주었던 현대에 들어서면서 변화하는 가족, 그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갈등과 현상들을 세밀하게 묘사해내는 연출이 탁월합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은 붕괴될 수밖에 없죠. 그러면서 변화에 적응하는 이들과, 남는 이들 간의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 현상은 비단 대만의 이야기만이 아니고,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지금 보아도 꽤나 다가오는 영화였네요.

전통과 현대의 모습을 소재들의 대비를 통해 풀어내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등장하는 가족들은 물론, 음식, 심지어 종교까지 전통과 현대를 끊임없이 비교하고 있는데요, 영화는 한쪽의 의견을 보여주기보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담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가족이긴 하지만, 각자의 삶이 있는 거고 언젠가 떠나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기에 받아들이고 살아갈 수밖에 없겠죠. 알 수 없는 인생이라는 것도 잘 풀어냅니다. 영화는 평범한 가족 드라마임에도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인데요. 마치 우리들의 삶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큰 변화들은 예상하지 못한 채 다가오는 것처럼, 영화를 처음 보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결말과는 같은 점이 전혀 없죠. 사랑을 찾지 못할 거 같은 첫째와 셋째 딸이 떠나고, 아버지와 가장 멀리 떨어질 거 같던 둘째가 같이 사는 걸 보면 알 수 없구나 싶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음식이 가진 의미는 참 특별하죠. 요즘에는 음식조차 같이 먹지 않는 시대가 왔지만, 가족이 있다면 식사는 꼭 같이 하니까요. 음식 앞에서라도 이야기를 하고, 진실을 말하니까요. 마음을 열고 먹어야 한다고, 행복을 찾고 미각을 되찾은 아버지의 결말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식 영화인만큼 음식과 그것을 요리하는 장면도 아주 돋보이는데, 오프닝 장면은 정말 끝내줍니다. 이안의 이전 작품들에서 나왔던 랑웅과 귀아뢰 같은 배우들도 나오고, 양귀미와 오천련 등 유명한 배우들도 등장합니다. 오천련은 개인적으로 처음 만났는데 매력적이더군요.

이전 가족 시리즈들과 궤를 같이 하면서 조금 더 화려하고 파격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오기도 하구요. 이안의 초기, 그러니까 담백하고 따뜻한 가족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분명 좋게 보실 영화입니다.




★★★☆
:음식은 재료가 아닌 요리사의 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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