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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03. 2021

<모가디슈/Escape from Mogadishu>

홈런보다는 확실한 단타로 깔끔한 득점을 노리는 영리한 블록버스터.

류승완 감독의 전작, <군함도>는 제 영화 인생 중 워스트 10 안에 들어갈 정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모가디슈>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기 보다, <군함도>의 단점들을 어떻게 보완했을지가 궁금했는데요. 그런 점에 봤을 때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영화였습니다.

<모가디슈>는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신 것처럼 <군함도>의 오답노트와 같은 영화입니다. 사실 국내 텐트폴 영화하면 약간 공식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는데, <모가디슈>는 그런 뻔한 전개를 최대한 절제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또 전작에서 보였던 역사를 왜곡하거나, 지나치게 오락적인 신파 블록버스터로 소비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굉장히 담백하고 안정적인데,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만에 만족스럽게 본 국내 텐트폴 영화였어요. 요소만 보면 신파로 빠질 건덕지가 굉장히 많은데, 그 선을 넘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네요. 저는 그 장면에서 이렇게 담백하게 넘어갈 거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화려한 볼거리 위주의 블록버스터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조금은 드라마에 치중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래도 이 정도면 여름 텐트폴 영화로선 만점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볼거리가 부족하다고는 했지만 사실 류승완 감독의 작품답게 액션신은 정말 준수한 편입니다. 이게 후반부에 팍 터뜨리는 느낌이라서 그렇지, 보여줄 땐 확실하게 보여줘요. 후반부 카체이싱 액션은 근 5년간 나온 한국 영화 중에 가장 기술적으로 훌륭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이리저리 넘나드는 롱테이크 액션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보기 전 내용적인 부분에 있어서 조금 걱정되었던 점은 남북 관계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최근 영화들이 지나치게 편향적인 (어느 쪽으로든) 느낌이 들었는데, <모가디슈>는 균형을 아주 잘 잡아냅니다. 우리의 생각에 개입하려기보단, 분담의 아픔과 씁쓸함 그 자체를 인상적이고 여운 깊게 담아내고 있달까요. 그와 더불어 소말리아 내전의 역사를 준수하게 묘사했다고 생각이 드네요.

다만 제가 칭찬했던 점에서 오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우선 너무 예민하고 주춤했던 건지, 감정선을 쌓을 여지를 주고 있지 않거든요. 감정을 쌓아가다, 쌓아가다 신파로 넘어가지 않는 게 아니라, 애초에 원천봉쇄를 하기 때문인데요. 참 좋은 선택이지만, 등장인물을 너무나 많이 늘려놓는 선택은 조금 아쉽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초중반부까지 드라마를 쌓아올리느라 그랬을 수도 있고요. 또 의외의 곳에서 걸렸는데,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물론 전부 안 좋았다는 건 아니구요, 조인성 배우와 김소진 배우는 조금 애매하긴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준수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조인성 배우는 힘을 좀 빼고, 김수진 배우는 조금 더 자연스럽게 다가왔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정말 좋은 블록버스터였습니다. 오랜만에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깔끔한 느낌이었네요. 보통 여름에 텐트폴 영화 보고 나오면 어디서부터 까야 하나 싶은 느낌이었는데, <모가디슈>는 좋은 생각이 계속 머리에 남았습니다. ^^




★★★☆
:홈런보다는 확실한 단타로 깔끔한 득점을 노리는 영리한 블록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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