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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07. 2021

<와호장룡/臥虎藏龍>

그들의 무술과 검술 하나하나가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이안 감독의 2000년작, <와호장룡>입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유명하지만 서양권에서 정말 열풍이 불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작품인데요. 비영어권 영화 중에선 아직까지 북미 흥행 1위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영화죠.

일단, 무협영화인 만큼 그 장르에서 오는 재미는 확실하게 보장하는 편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무술에 중점을 둔 영화가 아니라 해서 기대를 좀 내려놓았는데,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의 액션이었어요. 무술 장면은 정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데요. 기본적으로 무협에서의 액션이 약간 인위적이기도 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해서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와호장룡>의 액션은 흠잡을 곳이 딱히 안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지금 봐도 센세이셔널한데 당시에는 어땠을지 상상이 안 가는군요. 자칫하면 상당히 어색할 수 있는 와이어 액션을 너무나 잘 활용하는데, 웬만한 액션 영화보다 더한 쾌감을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액션이 투박하면서 우아하고 기품 있는데, 이건 아마도 이안 특유의 연출과 동양적인 미를 강조한 미장센이 한몫했겠죠.

다만 이안 감독인 만큼 액션이 주가 되지는 않습니다. <와호장룡>의 무술과 검술은 영화의 중심이 아니라, 이안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굉장히 드라마를 중시하는 무협영화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청 말기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배경으로 자유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무술로서 경지에 올랐던 이들이 원했던 것은 언제나 자유였죠. 강호를 떠나거나, 혹은 강호를 떠도는 등 바라는 자유의 형태는 다양했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모습은 확고했습니다. 하지만 자유라는 것은 잡을 수 없는 공기와 같아서, 끊임없이 쫓기만 할 뿐 손에 넣을 수 없죠. 자유로워 보였던 강호도 구속된 삶을 사는 곳인 것처럼요. 그 안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또 영화는 미시적으로 보면 운명적 비극의 연속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거대한 세상의 흐름으로만 보이는데요. 이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영상미 정말 인상적입니다. 왜 서양 관객들이 매료되었는지 알 거 같은 느낌이랄까요. 광활하고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펼치는 무술이라니 거부할 수가 없겠죠. 정말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주윤발부터 양자경, 장쯔이, 장첸, 랑웅까지 익숙한 얼굴이 많습니다. 참 보면 이안 감독은 캐스팅에도 도가 튼 거 같아요. 웬만한 액션은 스턴트 없이 배우가 직접 소화했다고 하는데, 양자경과 장쯔이의 액션은 가히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둘 다 무술을 오랫동안 배운 걸로 아는데, 그 영향이겠죠. 인물들을 구축하는데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덕분에 마지막까지 감정선이 살아있어서 좋았습니다.

액션도 훌륭하지만 그 액션으로 단순 쾌감을 주는 게 아니라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듯한 웅장함을 선사하는 것이 놀라운 영화입니다. 액션과 더불어 서사와 감정선까지 살아있는, 탁월한 무협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




★★★★
:그들의 무술과 검술 하나하나가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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