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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09. 2021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제임스 건이 마블에서 잠시 쫓겨난 사이 DC를 살리기 위해 제작한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였습니다. 뭐, 당연하겠지만 2016년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다 재밌냐는 질문은 의미가 없을 거 같아요(제 인생에서 <수어사이드 스쿼드>보다 재미없게 본 영화 별로 없거든요).

2016년 버전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패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팀의 정체성 자체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름 그대로 자살 특공대, 흉악범들끼리 뭉친 팀이지만 어쨌든 임무를 수행하고, 결국엔 지구를 지키는 방향으로 흘러간단 말이죠. 영화에서 대놓고 나쁜 짓만 벌이고 끝낼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딱 임무만 해결하는 것도 이상하구요. 이 팀 자체가 악랄하지만 결국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사실 굉장히 모순적인 집단인데, 이 서사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건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이 감정의 변화 자체가 리스크를 안고 있기도 하거든요. 2016년 버전도 이를 잘 해결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전개해 많은 비판을 받은 거였고요. 반면에 제임스 건은 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임스 건은 시작부터 중요할 거 같은 인물들을 미끼로 던져 자극적인 대량 살상을 선보이면서 이들의 존재 의미를 공고히 합니다. 그 이후로 예측불허하며 자극적인 전개와 시종 치고받는 케미로 하여금 재미를 주고 있죠. 신기하게 영화는 팀 전체가 합심하는 모습보다 하나씩 하나씩 제거해나가며 온전한 팀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만큼 예측할 수도 없었구요.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뭉클한 드라마적 연출까지 선보이며 굉장히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본래 B급 크리처물을 좋아했던 만큼 그와 비슷한 요소들도 보이고, 약간 헌사와 같은 느낌도 들었네요. 그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기도 하는데, 이를 깔끔하게 연출해내는 능력이 아주 탁월했네요. 정말 하고 싶은 거 다 한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인지, 극도의 자극성 때문에 피로했던 것인지, 혹은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팀 자체가 취향이 아닌 건지 아쉬움이 조금 남았던 영화였습니다. 일단 연출이 꽤나 중구난방입니다. 시간대를 굉장히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데, 너무 난잡하게 다가오더라구요. 그리고 유머 타율이 생각보다 낮습니다. 물론 정말 근본 없는 코미디에서 오는 재미는 있지만 뭔가 한 방이 없던 느낌이었어요. 물론 제임스 건이 그런 스타일이 아니긴 하지만요. 그리고 캐릭터의 매력들이 조금은 아쉽긴 했습니다. 메인 멤버들은 굉장히 추린 느낌이 드는데, 할리 퀸과 나나우에 빼고는 약간 비슷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전부 약간 나사 빠진 듯한, 정말 수어사이드 스쿼드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던 점은 좋았네요. 무엇보다 이 영화, 매우 잔인합니다. 그리고 징그럽거나 약간 더러운 부분도 나오니 이런 거 질색하시는 분은 보시면 안 될 거 같아요. 특히 쥐를 무서워하신다면, 절대 보시면 안 되겠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름 성공적인 리런치같았어요. 제임스 건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보여주었던 독창성과 유머는 덜해졌지만, 충분히 재밌는 영화였네요.




★★★
:악랄하면서 인간적인 이 모순적 집단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내내 자극적으로, 때론 뭉클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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