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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10. 2021

<헐크/Hulk>

어쨌든 기발한 만화적 쇼트 편집.

지금이야 마블 하면 당연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생각하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전부터 계속 영화화는 말아먹었고 여러 캐릭터들의 판권을 팔아버렸으니까요. 그리고 다른 제작사들은 <엑스맨>부터 <스파이더맨>까지 승승장구하며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죠. 이안 감독의 <헐크>도 그 흐름에 맞춰 탄생한 영화 중 하나입니다.

일단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성과는 바로 만화적 쇼트 편집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마치 코믹북을 그대로 시각화한듯한데, 제작 당시를 생각해 보면 꽤나 센세이셔널하죠. 지금 봐도 기발하거든요. 같은 이야기들을 동시에 보여주는 선택을 한다는 건 신선하죠. 원작 코믹스를 잊지 않는 연출과 더 많은 이야기들의 인과관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게 장점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닌데요. 이러한 연출은 꽤나 과하게 사용하면서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하고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조금만 적당히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싶은데, 신선하게 다가왔던 그 연출이 영화가 끝날 때쯤이면 과도하게 익숙해지고 맙니다. 게다가 이 연출은 영화가 다루고 있는 것들과 꽤나 많이 충돌하고 있어요.

<헐크>는 슈퍼히어로의 탄생을 그린 영화이긴 하지만, 브루스 배너라는 인물의 갈등과 고뇌를 다루고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안 감독님의 작품인 만큼 드라마에 치중한 모습인데, 이를 가벼운 만화적 연출로 담아내다 보니 그 괴리감이 심하게 다가오네요. 그리고 아쉽게도 전반적인 서사도 부실합니다. 각각의 신들이 전부 따로 놀게 되면서 연결성이 많이 부족해 보였어요. 차라리 드라마로 갔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했는데, 2시간 20분 안에 담아내기엔 조금 많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 않았나 싶었네요. 그래도 이안 감독님 특유의 여러 갈등을 보여주는 연출과 각각의 입장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선택은 마음에 들었네요. 원치 않은 힘이자 저주를 받은 헐크의 내적 갈등과, 온갖 억압을 벗어나고 스스로의 선택을 한 브루스와 베티의 성장도 인상 깊고요.

액션도 나름 챙깁니다. 이때면 슬슬 CG도 자리를 잡을 때라 조금 어색하긴 해도 조악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네요. 근데 진짜 초록색 강호동 닮긴 했더군요. 눈이 조금 더 똘망똘망하고 선한 초록색 강호동.. 개인적으로 헐크의 외모보단 색감과 질감이 너무 아쉬웠어요. 너무 진한 초록색에 찰흙 같은 질감은 많이 어색했네요. 액션도 스피디하고 파워풀한데, 정작 최종 보스와의 전투는 그다지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너무 허무하게 마무리되었던 거 같아요. 에릭 바나의 헐크는 나름 신선하더군요. 근데 이미 마크 러팔로에 익숙해진 팬들은 어울리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겠네요. 브루스 배너보다 제니퍼 코넬리가 연기한 베티가 더 나오길 바랐네요. 너무 아름다웠던 제니퍼 코넬리.. 정도만 기억에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습니다. 그냥 이야기가 너무 끊기는 느낌이고, 과한 편집으로 그 흐름을 더 방해하는 듯했어요. 그럼에도 그 쇼트 편집은 기발했네요.




★★★
:어쨌든 기발한 만화적 쇼트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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