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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12. 2021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아픈 사랑일 건 알았지만 이렇게 상처가 깊을 줄은.

이안 감독의 2005년 작품, <브로크백 마운틴>입니다. 이안 감독의 최고작 중 하나이며, 섬세한 손길로 빚어낸 걸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는 굉장히 절제되어 있으며 약간 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단 대사가 꽤나 적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영화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둘의 대화는 생각보다 많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보통 퀴어 영화, 이를 넘어 로맨스 영화라면 둘의 감정을 터뜨리는 부분이 숱하게 존재하는데, <브로크백 마운틴>은 딱히 그런 지점이 존재하지 않는데요. 침묵과 눈빛으로 많은 걸 말해주고,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분으로 많은 걸 담아냅니다. 또 감정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담아내지 않기 위해 클로즈업을 자제하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멀리서 찍는 롱샷, 심지어는 대자연을 담아내는 익스트림 롱샷이 많은데, 여백의 미가 드러나기도 했네요. 이러한 여백과 침묵이 가장 잘 드러난 점은 아마 엔딩이겠죠. 잭의 집에서 발견된 에니스의 셔츠는 영화 내내 보이지 않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모습을 비추는데, 그 과정을 영화가 보여주지 않음에도 참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아주 탁월한 연출이었네요.

동성애는 요즘에야 차차 받아들여지는 추세지, 그 이전에는 혐오의 대상이었습니다. 지금도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고요. 지금보다 이들에게 더욱 각박한 세상이었던 1963년의 사랑은 이미 아프다는 걸 예고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들의 사랑이 험난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힐 거라는 걸 보여주기도 하는데, 저는 양의 시체가 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네요. 앞으로 잃을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주기도 하구요. 실제로 각자의 아내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죠. 그럼에도 이들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졌던 건 이들의 진심에 비해 용기를 내기가 너무 버거웠던 시절이었다는 겁니다. 함께 붙어있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두려웠고 힘들었던 것. 아플 거라곤 예상했어도 이렇게 상처가 깊을 줄은 몰랐을 테니까요. 기다림이 이렇게 옥죄는 것일지도 몰랐을 테고요. 그렇기에 마지막 그 셔츠와 사진, 그 앞에서의 맹세가 주는 여운이 참 아리게 다가오네요.

두 인물의 대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에니스는 묵묵하고, 현실적이면서 이성적이죠. 반면에 잭은 수다스러우면서도 섬세하며, 약간은 감성적이기도 하죠. 얼핏 보면 잭만 에니스를 더욱 사랑하는 것 같고, 에니스는 두려워서 피하기만 하는 것 같습니다. 엔딩에 다다라서도요. 하지만 마지막 에니스의 행동들을 보면 잭 못지않게 에니스도 그를 사랑했다는 게 보이죠. 히스 레저의 훌륭한 연기와 이에 조응하는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도 탁월합니다. 둘은 연기 진짜 잘하네요. 둘 다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이렇게 섬세한 감정선을 담아내는 게 아주 예술입니다. 이 두 배우에게 밀리지 않는 미셸 윌리엄스의 연기도 인상적이구요. 유명한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앤 해서웨이부터 린다 카델리니, 케이트 마라, 단역으론 데이빗 하버까지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나옵니다. 

당시에 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은 불발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 아카데미가 얼마나 보수적이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네요. 절제된 감정에서 여운이 폭발하는 걸작이었습니다.





★★★★☆
:아픈 사랑일 건 알았지만 이렇게 상처가 깊을 줄은, 절절한 그 맹세가 결국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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