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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14. 2021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이 까마득한 망망대해를 끝없이 표류하는 인생의 환상적 시각화. 경이롭다.

아마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이안 감독의 영화를 꼽자면 이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안 감독의 2012년작 <라이프 오브 파이>는 실로 경이로운 영화였습니다. 극장의 존재 이유를 알게 해주었는데, 아이러니하게 저는 조그마한 화면으로 보았네요. 오늘도 조금 짧은 리뷰입니다. 시간이 잘 안 나는군요.

영화는 단순한 생존 드라마로만 보기엔 아깝습니다. 이 안에 담고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일단 우리의 인생을 압축해놓은 듯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좁은 배 안에서 까마득한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것과 비슷하죠. 거대한 폭풍우를 만나기도, 혹은 정말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잖아요. 그 과정을 아주 명료하게 담아낸 이 설정 자체가 저는 영화의 큰 매력이라고 느꼈습니다. 이에 더해 이안 감독 특유의 연출력으로 감정을 극대화하는 부분도 아주 훌륭하구요. 영화에 나오는 동물들이 마치 사람과 같이 비치기도 하는데(실제로 마지막에 직간접적으로 비유하기도 하고요), 마치 짐승과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이 즐비한 세계를 비판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굉장히 종교적이기도 합니다. 믿음과 본능이란 것이 아주 중요하게 다뤄지는데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믿음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었네요. 무엇을 믿는 것보다는 어떤 것을 믿는다는 그 사실 자체가 우리가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니까요. 진실 자체도 중요하지만 너무 진실에만 파고드는 태도는 믿음이란 삶의 원동력을 잃어버리게 하지 않나 하는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결말도 정말 좋았고요. 또 본능 자체도 중요한데요. 본능이 없었다면 파이는 살아남지 못했겠죠. 이 본능은 나중에 뱅갈 호랑이로 비유되기도 하는데요. 이 호랑이 말고도 여러 비유적, 상징적 요소들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찾아보시는 재미도 있을 거예요.

이 영화를 말할 때 시각효과를 빼놓고 말할 수가 없겠죠. 정말 인생을 압축한 것도 모자라 아주 황홀하게 시각화해낸 것은 이 영화가 이룬 최고의 업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거 같습니다. 정말 보고 있으면 빠져들게 만드는 시각효과가 정말 환상적인데요. 경이로움을 느낄 정도의 시퀀스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이와 더불어 파이 역을 맡은 수라즈 샤르마의 연기력은 아주 탁월합니다.

근데 가끔 이 영화를 표류 중 생존을 다룬 동화적인 이야기로 착각해 재미없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기대하는 방향을 조금만 잘 잡으시면 정말 좋게 보실 영화 같습니다. 저는 너무 좋았네요. <그래비티>와 함께 극장 재개봉하면 무조건 보러 갈 영화 중 한편이 되었습니다. ^^




★★★★☆
:이 까마득한 망망대해를 끝없이 표류하는 인생의 환상적 시각화.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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