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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15. 2021

<프리 가이/Free Guy>

눈에 띄진 않더라도 굳건히 버티며 존재하는 것들의 미(美).

여러 게임들, 특히 오픈월드 게임을 할 때 NPC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정말 반가울 거 같아요. NPC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상호작용하는 것도 게임을 즐기는 나름의 방식이니까요.

그런 사람 입장에서 보았을 때 <프리 가이>는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게임을 소재로 삼고 있음에도 플레이어에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그저 배경 역할을 할 뿐인 NPC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거든요. NPC가 각자의 생활을 갖고 있고, 스스로 생각하고 성장한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이 소재만으로도 신선하고 흥미롭습니다(물론 요새는 비슷한 소재들이 많지만요) . 그걸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만족스러웠네요. NPC를 다룬다는 건 여러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NPC는 주인공이라고 보기 어렵죠. 마치 현실 세계에서 소외된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영화는 이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면서 따스하게 위로합니다.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굳건히 버티어 이 세계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들의 아름다움이 이 영화의 큰 주제네요. 또한 이 세계는 특정한 주인공들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일러주고요.

여러모로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여러 게임과 문화적인 소재들을 소개하며 게이머들을 위한 영화들이라는 것은 같지만 여러 부분들에서 차이점이 나타나는데요. 우선 <레디 플레이어 원>은 80-90년대 게이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면, <프리 가이>는 좀 더 현대적 게임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죠. 그렇기에 조금 더 젊은 연령층을 타깃으로 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레디 플레이어 원>은 플레이어와 개발자에 대한 헌사라면, <프리 가이>는 그 이면, NPC와 소외된 자들에 대한 위로와 헌사입니다. 게임이란 소재는 비슷하지만 <프리 가이>는 <레디 플레이어 원>과 완전히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사랑스러운 하나의 로맨스 영화로도 훌륭합니다. 여러모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봉했다면 좋았겠다 싶었는데, 이 가이를 러브레터로 활용한 점은 꽤나 신선하게 다가왔네요. 무엇보다 재밌었던 점은 디즈니가 가진 강력한 IP에서 오는 짜릿함입니다. 이야 그 카메오는 정말.. 파란빛이 도는 그 무기도 소름이 돋았구요. 게임 자체는 영화의 오리지널 콘텐츠이기 때문에 익숙한 것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지 않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이렇게 흥분하게 만드는 걸 보면, 디즈니 콘텐츠의 힘은 정말 어마 무시하네요. 라이언 레이놀즈에서 오는 매력도 말하지 않을 수 없겠죠.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 특유의 재미와 조디 코머와의 케미는 아주 좋았네요. <기묘한 이야기>에서 정말 인상적이었던 조 키어리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존재합니다. 중반부에서 후반부 엔딩으로 이어지는 지점이 꽤나 별로거든요. 전체적인 유머 타율도 그리 높지는 않구요(아, 저는 재밌었습니다. 미국 게임 문화나 밈을 잘 아시면 분명 좋게 보실 거예요. 다만 그렇지 않다면 무표정으로 보실 가능성도 크신..). 그럼에도 상당히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영화고, 무엇보다 게임이나 영화 같은 문화를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꼭 극장에서 만나셨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




★★★
:눈에 띄진 않더라도 굳건히 버티며 존재하는 것들의 미(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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