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팬서 Aug 17. 2021

<빌리 린의 롱 하프타임 워크>

이안 감독의 2016년작, <빌리 린의 롱 하프타임 워크>입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로 아카데미 휩쓸었고, 배우진도 나쁘지 않아서 개봉해 줄 만도 한데 VOD로 직행한 것처럼 보이더군요. 그래서 이 영화 아는 분들이 많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전쟁 영웅이란 존재에 대해서 다시금 고찰하고 있습니다. 이 전쟁 영웅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어요. 생각해 보면 전쟁 영웅이란 칭호는 당사자가 직접 쟁취한 개념보단 국가 차원에서 부여한 거라고 보는 게 맞죠. 국가는 이들을 정말 영웅으로 존경하는 게 아니라, 이익을 위한 꼭두각시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합니다. 자신들을 위해 쓰고, 쓸모 없어지면 잊어버리고 다시 전쟁터로 보내버기도 하구요. 이 씁쓸한 현실을 콕 집어내고 있는 이안 감독님입니다. 국가뿐 아니라 전쟁 영웅을 바라보는 여러 군상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계급이 어떻든, 전쟁 영웅이든, 시민들에게는 그저 살인 기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니. 전쟁 영웅의 개념이 상대적이긴 해도 이들 덕분에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일 텐데 말이죠. 무엇보다 씁쓸한 건, 이들에겐 최악의 나날이었을 사건들을 존경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로 다가온다는 점이죠. 결국 영화는 반전주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런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강하게 남는 영화였습니다. 일단 이 영화, 이안 감독의 진심이 들어있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안 감독이 이 군인들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이건 제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겠죠), 찍고 싶지 않은 영화를 억지로 꾸역꾸역 만든 듯한 느낌이 강했다는 겁니다. 자기가 만들고 싶었던 영화가 아닌 거 같은데, 덕분에 이안 감독의 강점인 감정선이 많이 죽어있어요. 그래서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연출적인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는데요. 플래시백을 많이 사용하면서 흥미도가 뚝뚝 떨어지더군요. 무릇 플래시백이라 하여금 관객들이 궁금할 때만 사용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구조가 구조인지라 플래시백이 남용되더라고요.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위선적인 모습을 실컷 비판해놓고, 마무리는 결국 전형적인 미국 영화처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안 감독이 이런 결말을 왜 만들었나 싶을 정도였어요. 애국심을 다지는 마무리는 뭐 뭉클하긴 했지만 어울리지는 않아 보였어요. 이 영화에서 유독 거슬렸던 점이 바로 촬영인데요. 이상하게 배우들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신들이 많더군요. 뭔가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질감이 심하게 들고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배우진들은 좋습니다. 빌리 린 역을 맡은 조 알윈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던데 좋은 연기였구요.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빈 디젤, 스티브 마틴, 팀 블레이크 넬슨 등 유명한 배우들도 많이 나옵니다. 이 정도면 극장에 걸어줄 만도 했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어요. <라이프 오브 파이>가 그의 최고작 수준이었음을 감안해도 아쉬운 완성도였네요. 전쟁 영화로 보기에는 부족하고, 미국의 위선적 모습을 고발하는 영화를 찾고 계신다면 한 번 도전해볼 만도 한 영화입니다.




★★☆
:영웅의 칭호는 쟁취하지 못하고 부여받는 순간 국가란 위선적 집단의 꼭두각시.
매거진의 이전글 <프리 가이/Free Gu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