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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17. 2021

<제미니 맨/Gemini Man>

메시지는 얄팍하며 이야기마저 촌스럽고 액션조차 낡았다.

이안 감독의 2019년작, <제미니 맨>입니다. 착잡하네요. 이 작품이 이안 감독의 커리어 최악작임을 감안하고 보았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요.

일단 최근 행보대로 기술에 신경을 많이 쓴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바로 디에이징 기술이겠죠. <제미니 맨>이 개봉할 때 즈음부터 이 디에이징 기술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거 같은데, 역시 최신 기술에 관심이 많은 이안 감독님 다웠습니다. 기술 자체는 신기했습니다. 윌 스미스가 여러 명인데 심지어 몇 명은 젊은 시절의 모습이라니. 이건 흥미로웠네요.

근데 문제는 이게 끝입니다. 기술이 흥미롭다는 거 외에는 장점이랄 게 하나도 없는 영화에요. 일단 최신 기술을 동원한 액션 SF 장르의 작품임에도 SF 적 상상력은 부족하고 액션은 낡았습니다. 복제인간이란 소재는 진부하기 짝이 없어졌는데 독창성이라는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았네요. 그리고 액션의 퀄리티도 많이 떨어집니다. 진짜 무슨 90년대 액션 영화를 보는 거 같은 완성도였어요. 기술에 관심이 많으신데 왜 맨몸 액션을 가볍게 연출해서 이질감이 들게 만들었을까요. 너무나 티 나는 CG는 또 어떻구요. 가장 큰 문제는, 액션이 너무 쉬운 방향만 찾습니다. 쉬운 방향으로만 흘러가게 두고, 변수랄 것은 하나도 없으니, 긴장감이 생겨날 리가 없죠. 너무 밋밋해서 이게 액션인가 싶은 정도였어요.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도 없네요.

이야기는 어찌나 촌스러운지. 애초에 진부해진 설정과 소재를 들고 왔으면 흥미로운 전개나 설득력 있는 개연성이라도 있어야 되는데 이 영화는 그런 거 하나도 없습니다. 영화를 짜임새 있고 재미있게 만들려는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았네요. 이게 이안 감독의 영화라고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수준이었어요. 메시지도 얄팍하기 그지없습니다. 딱 예상 가능한 수준의 메시지로 엔딩을 마무리 짓습니다. 감정선을 건드리지도 않아요. 캐릭터도 정말 무매력입니다. 캐릭터의 등장 이유도 모르겠고, 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으며, 왜 이렇게 퇴장하는지도 모르는 캐릭터들의 연속이에요. 적어도 캐릭터 하나는 제대로 그려냈던 감독님인데.. 그냥 영화 자체가 쉽게 만들어진 거 같았습니다. 이야기적인 부분에서 뭔가를 보여주려기보다는 이 기술만 보여주고 나머지는 대충 해 같은 느낌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이 영화가 SF 액션 장르라는 범주 내에서 해낸 것은 아무것도 없네요. 디에이징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인 영화도 아닐뿐더러, 나름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조악하기 짝이 없으며, 서사적인 요소들은 최하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죠. 그냥 현재와 과거의 윌 스미스를 보는 재미 정도만 있습니다. 충격적일 정도의 완성도네요.




★★
:메시지는 얄팍하며 이야기마저 촌스럽고 액션조차 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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