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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28. 2021

<소년 소녀를 만나다/Boy Meets Girl>

이토록 낭만적이고도 비극적인 설익음.

개인적으로 참 궁금했던 감독, 레오 까락스의 첫 작품 <소년 소녀를 만나다>입니다. 확실한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릴 거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네요.

일단 보면서 앞으로 레오 까락스라는 감독을 온전히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일단 영화의 흐름이 일반적인 영화들, 더 나아가 프랑스 영화들과도 완전히 다르거든요. 그럼에도 이 영화가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한 컷 한 컷에 담긴 탁월한 미장센 때문이겠죠. 하나의 쇼트마다 흑백임에도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미장센은 마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했습니다. 저는 마치 이 영화가 굉장히 시적으로 다가왔는데요. 아마 독백이 많아서 그럴 거예요. 영화는 거의 대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의 연관성이 약간 모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굉장히 꿈에서 일어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몽환적인 분위기였는데, 저는 좋았습니다.

영화의 이야기 자체는 약간 단순한 편입니다. 이걸 풀어내는 과정이 조금 난해하게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까락스는 사건의 연속성을 독특하게 담아내는 능력이 있는 거 같아요. 메타포도 꽤나 많은 편이었고요. 결국 영화는 설익은 사랑의 낭만과 비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냥 보면서 막연하게 어리숙한 로미오와 줄리엣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각각 이별로 아픔을 겪은 두 소년과 소녀가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설익고 어리숙해 자신의 말만 쏟아낼 뿐 서로의 말은 담아내지 못하죠. 이게 참 귀엽기도 한데, 결국 서로를 담아내지 못하는 비극처럼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귀는 막고 자기 말만 하는 현대인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했구요. 이렇게 낭만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설익음을 표현할 수 있구나 싶기도 했네요.

80-90년대 프랑스 영화 특유의 그 색감과 분위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역시 여기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약간 깨지는 듯한 화질과 음질이 주는 느낌이 저는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약간 배경의 소음들을 모두 담아내는듯한 사운드도 좋았구요. 드니 라방은 까락스의 페르소나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다만 저는 드니 라방의 알렉스보다 미레일 페리어의 미레이유가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아야 더 이해가 쉽고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거 같았어요. 다음 작품부턴 조금 더 집중해서 봐야겠습니다. 아 물론 이 영화도 너무 좋았어요. ^^




★★★★
:이토록 낭만적이고도 비극적인 설익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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