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날쌔고 명쾌하며 무엇보다 거대한, 어쩌면 마블 액션의 새로운 경지.
페이즈 4의 진정한 시작은 <블랙 위도우>였지만, 진정한 세대교체는 바로 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죠. 사실 원년 멤버들이 많이 떠나고 첫 세대교체라 많이 걱정된 것도 사실인데요. 이만하면 그래도 나쁘지 않게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선 저는 액션을 너무나 좋게 보았습니다. 안 그래도 액션에 대한 호평이 많아서 기대를 좀 했는데, 저는 정말 만족했네요. 일단 마블에서 무협 액션을 본다는 거 자체가 나름 신선한 게 다가왔어요. 약간 조악한 맛이 매력이었던 그 액션들을 기술력으로 세련되게 만들었다는 점이 전 인상적이었네요. 마블이 가진 특유의 액션과, 중화풍의 액션을 너무 잘 결합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잘 녹여낼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요. 그렇다고 무협 액션만 주구장창 나오면 이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굉장히 현대적이고 화려한 액션들의 연속이라서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습니다. 당장 <블랙 위도우>와는 비교가 안되는 수준이고,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정도까진 무리긴 하지만 액션의 타격감이나 명쾌함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네요. 또 인물이 인물이다 보니 굉장히 신선한 액션들의 향연이기도 했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스케일이 대단했습니다. 솔로 영화, 그것도 새로운 사가의 시작인 작품에서 이런 스케일을 보여줄 거라고는 몰랐네요. 요 근래,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이런 날쌔고 명쾌하고 거대한 액션을 본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마블 액션의 새로운 경지라고 할 수 있겠어요.
또 만족스러웠던 점은, 아무래도 새로운 사가의 시작이다 보니 앞으로의 사건들과 연계점이 많이 보였다는 점이 너무 재밌더군요. 당장 기존 어벤져스들과 엮이는 부분이 저는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이터널스>와 엮이는 부분이 있는 거 같은데, 그래서 <이터널스>가 더욱 기대가 되더군요. 상영 전에 예고편을 틀어줘서 그렇기도 했구요.
다만, 액션과 마블만의 매력을 제외하고 나면, 그렇게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영화인 거 같아요. 일단 서사에 앞서, 템포 조절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렇게 플래시백을 많이 사용할 일인가 싶기도 했거든요. 조금 몰입할만하면 바로 과거 이야기로 돌아가버리니 액션이 펼쳐짐에도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과거 회상을 할 때마다 새로운 비밀들을 풀어주는 게 아니라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라서 플래시백이 나올 때마다 지루해졌어요. 애초에 이미 세계관 구축이 어느 정도 끝난 상태인데, 여기에 추가적인 히어로들을 집어넣으려면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마블 솔로 영화들이 해치워야 할 숙제처럼 보이네요. 솔로 영화들 중에서도 템포 조절은 최악 수준이었네요. 서사야 뭐, 마블 솔로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수준의 아쉬움들이 묻어났습니다. 이젠 일일이 지적하는 것도 무의미할 거 같아요. 오리엔탈리즘도 묻어났고요. 내가 아는 동양인은 저렇지 않은데.. 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 마지막에 나오는 괴수가 뜬금없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건 다른 영화와의 연결점이 될 거 같기도 해서 나름 재밌었어요.
개인적으로 배우들의 포스는 나름 제대로 담긴 것 같았습니다. 양조위와 양자경이야 기대했던 것만큼의 카리스마가 담겼더군요. 저는 <화양연화>나 <색, 계>에서 보였던 양조위의 눈빛이 빌런 캐릭터임에도 살아있어서 좋았던 거 같아요. 시무 리우는 걱정되기도 했는데, 매력적이었어요. <김씨네 편의점>에서 좋게 보기도 했고요(물론 다 본 건 아니지만은). 아콰피나는 원채 매력적인 배우인데다, 장멍얼은 발견인 듯 보이네요. 다만 몇몇 캐릭터를 쓰는 것에 있어선 마블의 고질적이자 치명적인 단점이 드러났습니다. 웬우는 <블랙 위도우>의 드레이코프보단 훨 나았지만 양조위라는 배우를 가진 것에 비해선 별로였고, 중간 보스처럼 보였던 데스 딜러는 역시 한 게 없네요. 너무 쉽게 죽인 캐릭터도 있었구.. 케이티는 한 게 없는 거 같았어요.
그럼에도, 저는 재밌게 봤습니다. 오랜만에 마블 느낌(?)을 받기도 했구요. <블랙 위도우>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기엔 정황상 불가능하긴 했겠지만 아쉬움이 남는군요. <이터널스>가 더욱 기대됩니다. ^^
★★★
:날쌔고 명쾌하며 무엇보다 거대한, 어쩌면 마블 액션의 새로운 경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