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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20. 2021

<듄/Dune>

올해 가장 기대를 걸었던 블록버스터를 고르자면 그 어떤 마블이나 DC도, <분노의 질주>도, <007>도 아니었습니다. 쟁쟁한 프랜차이즈들을 뒤로하고 그토록 기대를 건 영화가 무엇인고 하니, 바로 드니 빌뇌브의 <듄>이었습니다. 드니 빌뇌브의 거의 모든 영화를 인상 깊게 보았고, 또 장대한 세계관을 압축하는 것에 있어서 정말 훌륭한 감독이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준 영화였습니다. 드니 빌뇌브는 현시대 가장 훌륭하고 뛰어난 비주얼리스트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미래적이고 현대적이면서 장대한 SF 적인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능력은 그 누구도 드니 빌뇌브를 넘볼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시청각적인 체험은 가히 압도적인 수준이며, 그것에서 오는 전율과 경이는 부정할 수 없습니다.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시네마틱한 체험을 선사하는 영화였습니다.

다만, 원작을 읽어본 사람은 아니지만, 그 장대한 세계관을 압축하는 것에 있어선 역시나 버거움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이야기 자체는 흥미롭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진행되지만,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그 텀이 거의 없습니다.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빠르게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각 캐릭터들, 특히 폴의 감정선이 중요했지만 잘 느껴지지 않았어요.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가 그나마 살려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폴의 캐릭터, 선택받은 자라는 캐릭터성은 사실 진부하죠? 이전부터 SF 대서사시에서 꾸준하게 다뤄진 소재니까요. 그렇지만 원작이 있는 영화기에 저는 딱히 아쉽지 않았고, 좋게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선택받은 자라는 진부한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고, 캐릭터 설정 면에서 새로움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조금 아쉽게 보실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이런저런 아쉬움을 안고 있지만, 그럼에도 굉장한 전율을 선사하는 영화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소름 돋는 부분은 이제 시작이라는 마지막 대사입니다. 거의 모든 면에서 훌륭한 SF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파트 1이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파트 2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시청각적인 만족은 물론, 장대한 신화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운명적인 대서사시를 시각화했다는 점. 이 부분들로 보아선 스케일과 예술성을 모두 요구하는 아트버스터로서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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