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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21. 2021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The Last Duel>

거장 리들리 스콧의 신작,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입니다.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값이 있는 만큼 많이 기대했던 영화였습니다. 이번 주 영화는 다 훌륭한 거 같아서 좋네요.

중세 사극을 그리는데, 그 분위기를 담아내는 촬영과 미장센이 인상적입니다. 리들리 스콧도 훌륭한 비주얼리스트죠. 그 시대를 그대로 재현해 내고, 전투 액션 장면도 탁월하게 찍어내고 있습니다.

다만 영화는 전쟁을 다루는 건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본 진실공방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이야기에서 오는 스펙터클함이 훌륭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3번을 반복해서 보여주는데, 보여줄 때마다 겹치는 건 자르고 새로운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에 지겹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선이 바뀔 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각 인물들의 행동과 말이 달라지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긴장감도 상당하죠. 이야기를 쥐락펴락하는 능력이 아주 탁월합니다.

여러모로 씁쓸합니다. 오해와 무지와 왜곡이 만연했던 그 시대의 참상, 그리고 그 참상이 현대와도 겹쳐 보인다는 점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강간은 누군가의 명예를 위한 싸움의 명분이 될 이유도 없고, 사랑으로 포장할 수 없는 추악한 죄이며, 그 진실을 하느님이 판단할 일은 더더욱 아니죠. 제목이기도 한 최후의 전투, 라스트 듀얼은 사실 쓸모없는 짓거리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신만 생각하고 오해와 왜곡을 일삼는 자들의 무의미한 싸움과, 승리자. 그 속에서 진실은 이미 흐려진지 오래죠. 이것을 통찰한 거장의 기품이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맷 데이먼과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보다 전 조디 코머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요새 가장 핫하기도 한데, 요즘 이런 눈빛을 보여주는 여배우가 있나 싶기도 합니다. 벤 애플렉은.. 너무 잘 어울려서 당황했어요. ㅋㅋㅋ 순간 벤 애플렉 아닌 줄 알았습니다. ㅋㅋ

좋았습니다. 무게감과 분위기, 스펙터클함도 있었고, 무엇보다 재미도 있습니다. 러닝타임이 상당한데, 빠르게 지나간 느낌이었어요. 같은 이야기를 시점만 바꿔서 3번 보여주는데도 말이죠. 괜히 거장이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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