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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Oct 27. 2021

<아네트/Annette>

거장 레오 까락스의 9년 만의 신작, <아네트>입니다. 레오 까락스가 뮤지컬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한 기대를 했습니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였듯이 까락스가 음악과 뮤지컬 형식을 선보였을 때 에너지가 폭발하다시피 강렬했거든요. <나쁜 피>의 질주 장면이나, <홀리 모터스>의 아코디언 음악대와 뮤지컬 신은 지금도 뇌리에 강렬히 남아있고요.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그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켜준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숨이 멎을 정도로 기이한 마력으로 점칠 되어 있고,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고 있습니다. 오프닝부터 계속해서 이어지는 괴이하고도 매력적인 이 분위기는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초중반부의 강렬함이 점점 하강하는 느낌이 나기도 했습니다만 보는 내내 홀린 듯이 볼 수 있었습니다.

까락스 감독답게 일반적인 뮤지컬 영화라고 보기에는 힘듭니다. 모든 경계와 구조를 넘나들고 해체하며 달려나가는 뮤지컬이랄까요. 이전 작품에서도 보였던 많은 경계를 허물어뜨리려는 시도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오프닝에서 레오 까락스 감독이 직접 대사를 치는 것을 시작으로 관객과 영화를 비롯해 많은 경계를 넘나듭니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미는 가지고 있어요. 저는 <라라랜드>와 <홀리 모터스>가 합쳐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조적으로 보았을 때 쉬운 영화는 아니에요.

그러나 내용면에서 봤을 때, 다른 까락스 영화들에 비해 굉장히 단순하고 직설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단조롭다고 느껴질 정도로 확실하게 다가와요. 처절하기도 하고, 이렇게 깊은 심연을 바라볼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딸을 위해 만들었다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어요. 도구처럼 취급되고 사용되던 인형이 사랑과 관심이 필요했던 아이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순간이 메시지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죠. 여러모로 여운이 남기도 합니다.

아담 드라이버는 정말 어마 무시하네요. 지난주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서도 훌륭했지만 여기선 더 대단해요. 마리옹 꼬띠아르도 탁월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어째 늙지를 않네요.

좋았습니다. 까락스 영화 중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고는 역시 <홀리 모터스>..) 그래도 정말 좋게 봤어요. 기존 까락스 영화보다 쉽고 단순하고, 즐길 거리도 많다는 게 이 영화의 최대 장점 같네요. 그러면서 완성도도 챙기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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