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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Nov 04. 2021

<이터널스/Eternals>

마블은 아직도 야심차다.

영화 이전에 극장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얼마 전 극장 제한이 풀렸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이 굉장히 많더군요. 물론 이전 블록버스터에서도 사람들은 있었지만 이런 북적북적한 느낌은 오랜만이었어요. 정말 옛날 극장 느낌 나더군요. 좋았습니다. ㅋㅋ

영화 얘기해볼게요. 마블은 아직 야심차고, 보여줄게 많습니다. 그만큼 <이터널스>는 야심이 넘치고, 거대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마블에게 굉장히 중요한 영화기도 하죠. 어쩌면 페이즈 1의 <어벤져스>보다 더요. 이미 21세기의 신화라는 소리를 들으며 인류 문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인기가 절정인 시리즈의 새로운 장을 여는 영화니까요. 여기서 우리가 들었던 의문은 과연 아직 보여줄 것이 더 남았는가, 만약 남았다면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고 녹여내는 것이었죠. 

그 점에 있어서 <이터널스>는 어느 정도 성공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150분 내내 끝없이 확장합니다. 새로운 인물들, 설정들을 보여주고, 역사를 재정립합니다. 야심을 끝없이 방출합니다. 근데 문제는 그 야심을 전부 담기에는 조금 영화의 그릇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이죠. 새로운 캐릭터들이나 세계관을 정립하는 과정이 중구난방하게 다가오긴 합니다. 애초에 설정이 어렵기도 해서.. 이터널스니, 셀레스티얼이니, 데비안츠니.. 영화 내의 주제도 의미 있긴 하나, 약간 애매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구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랜만에 마블에서 새롭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러 의미로요. 

그리고 재미, 있습니다. 저는 흥미롭게 보았어요. 여느 MCU 팀-업 무비들과 비해서 잔잔바리 하긴 하지만, 액션도 화려하고 웅장하게 있는 편이고요. 중간에 국면전환과 반전도 있고요. 이터널스와 빌런의 대립 구도보단, 이터널스의 정체성 정립, 그리고 내부 결속에 더 집중한 느낌이었습니다. 근데 후반부 전개는 너무하긴 하더군요. 초반에는 굉장히 웅장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약간 물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프닝은 정말 너무 좋았거든요. 어째 요새 마블은 오프닝만 좋고 엔딩까지 쭉 하락세인 거 같아요. 이건 아쉽네요. 그리고 데비안츠 활용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캐릭터 다루는 건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미 절정인 세계관에 새로운, 그것도 중요한 위치에 있는 캐릭터 10명을 다룬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그래서 이건 감안을 좀 해야겠다 싶었는데, 정말 훌륭하게 다뤄냈습니다. 물론 캐릭터 설명은 아쉽지만, 모든 캐릭터가 한 번씩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해주면서 분량 조절을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각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고요. 마동석의 길가메시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ㅋㅋ

클로이 자오의 색깔은 기대보단 아니지만 잘 드러났습니다. 자연 풍광을 담아내는 촬영과 자연의 소리를 담아내는 연출은 여러모로 맘에 드네요. 조금 더 감독의 자유가 보장되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마블도 그럴 수는 없었겠죠. ㅋㅋ

PC적인 요소도 눈에 띄는데, 이 정도면 잘 녹여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MCU에는 PC가 나름 잘 들어가고 있는 거 같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뭐, 잘 들어가는 것만큼 좋은 건 없겠죠. 그리고 중간에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나오는데, 사람에 따라 조금 불편하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그랬습니다. 이터널스 입장에 보았을 때는 비극일 것 같았어요.

올해 개봉한 두 개의 MCU 작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스케일이 달라도 너무 달라요. ㅋㅋㅋ 개인적으로 오락성은 <이터널스> >= <샹치> >> <블랙 위도우>인 거 같네요. 저는 재밌더라고요. ㅋㅋ

마블은 아직도 야심 차다는 말로 정리될 영화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장단점들이 보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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