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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Nov 06. 2021

<퍼스트 카우/First Cow>

비록 본 적은 없지만 확실한 색깔을 가진 켈리 라이카트의 신작, <퍼스트 카우>입니다. 감독 이름보다는 해외 평과 A24 제작이라는 점을 기대하고 갔어요.

촬영과 화면비가 가장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굉장히 정적이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화면비지만 무엇보다 생기 있고 광활하게 느껴집니다. 그 정도로 촬영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19세기 미국의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는데, 따스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좋더군요.

워낙 정적이고 잔잔해서 지루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나름의 확고한 스토리라인도 있고 흥미로운 장면들도 많아서 졸리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하나도 안 졸고 봤네요. 물론 A24 영화답게 컨디션 안 좋을 때 보면 안 되지만.. 컨트리 송이 들려오는 게 힐링 되기도 하더군요.

영화는 죽음으로 시작하고 죽음으로 끝맺는데 생기 넘칩니다. 그런 면에서 참 신비로운 영화였어요. 오프닝이 결국엔 엔딩으로 이어지는데, 죽음에서 시작한 영화가 이렇게 따스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어요. 영화는 19세기 개척시대 때 우정을 이야기하는데, 여러모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소와 쿠키의 과정도 흥미로웠어요. 과욕을 품는 순간 들통나는 그들의 행각과 부서지는 나무라니.

의외로 체험적인 성격도 지녔습니다. 아무렇게나 정착해 살아가는 19세기의 사람들과 싱그러운 자연들을 보면서 그 시기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고, 심지어는 빵 냄새까지 느껴질 정도였어요. 빵 먹고 싶더군요. ㅋㅋ

좋았습니다. 원래 좋았지만 특히 올해의 A24는 더욱 좋네요. 잔잔하지만 의외의 재미도 있고요. 훌륭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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