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금 뜸했던 뮤지컬 영화가 다시 찾아오고 있습니다. 연말에 정말 잘 어울리는 영화 장르 중 하나가 로맨틱 코미디와 뮤지컬 영화라고 생각을 하는데, 개인적으로 뮤지컬 영화를 좋아하기에 <디어 에반 핸슨>도 기대를 했습니다.
다만 <디어 에반 핸슨>은 조금 이상한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 뮤지컬 영화에게 조금 후한 편인데, <디어 에반 핸슨>은 내용 면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지점들이 꽤나 많습니다. 물론 원작을 모르기에 각색하는 과정에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굉장히 아이러니하고, 위선적으로 다가왔어요. 영화는 과한 합리화와 잘못된 용서, 그리고 이해로 가득합니다. 사실 내용 자체도 조금 위험하긴 한데, 영화는 일말의 설득도 실패하면서 그저 불쾌하게 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적어도 영화 스스로 용서하고 합리화하지는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이 드네요. 관객을 충분히 설득시키지도 않으면서 그런 태도를 보이면 당황스러울 수밖에요.
물론 뮤지컬 넘버나, 무대 연출 자체는 좋은 편입니다. 때론 조금 더 웅장하고 질러줬으면 하는 부분에서 끝나버리는 등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노래가 좋고, 벤 플랫의 실력도 출중해서 전율이 일어요. 다만 문제는 그 전율이 불쾌합니다. 울림 있는 내용으로 감동을 주는 게 아니라 극적인 연출로 전율만 돋게 만듭니다. 마치 뻔하고 개연성 없지만 눈물은 흘리게 만드는 신파처럼요. 그리고 조금 뜬금없는 넘버들도 존재합니다. 넘버 배치가 약간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뭔지 모르겠네요. 중후반부까지 이 이야기를 대체 어떻게 마무리 지을까 나름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았는데, 여러모로 실망스러웠어요. 캐릭터 구축이 영향을 끼쳤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굉장히 평면적인 캐릭터들이 많아서 신파적인 요소로 사용되는 것에 그치고 말았네요. 이런 캐릭터들이 알아서 서로 용서하고 합리화하고, 이해해 주니, 저는 굉장히 당황스럽더라고요. 일반적인 사람들이면 저렇게 안 할 거 같거든요. 배우들의 연기나 노래는 물론 좋았습니다. 올해 초 <북스마트>에서 본 케이틀린 디버가 참 인상적이었고요. 줄리안 무어나 에이미 아담스 같은 배우들이야 뭐, 믿고 보는 배우들이고요.
노래만 들으러 가기에는 나쁘지 않지만 내용에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즐기기에는 힘들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런 주인공이 실수를 하고 용서받고 나아가는 이야기는 뮤지컬에서 흔하고, 저도 많이 감안을 해주는 편인데요. <디어 에반 핸슨>은 실수의 스케일에 비해 주인공의 노력은 터무니없이 적어요. 숨기려고 급급한 스릴러 무비의 느낌이 더 많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