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비해 올해 유독 한국 영화가 힘을 못 쓰는 느낌이었는데, 위드 코로나가 되면서 점점 두각을 드러내는 느낌이네요. 저번 주 <장르만 로맨스>가 있었다면 이번 주에는 2개의 국내 신작이 찾아왔는데 그중에 조금 더 화력이 좋은 윤계상 주연의 <유체이탈자>입니다.
사실 이런 장르의 국내 영화를 보는 것을 별로 즐기지는 않습니다.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결말도 비슷비슷한 수준이고, 아무래도 자본이 부족하다 보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교했을 때 스케일이 아쉽게 느껴져 메리트를 잘 모르겠거든요. 그런 점에서 <유체이탈자>도 그렇게 다른 영화는 아닙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게 말하면 안정적으로, 나쁘게 말하면 다른 영화들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요소들도 비슷비슷하게 보이고요.
하나 특별한 점이 있다면 12시간 동안 영혼이 바뀐다는 그렇게 새롭진 않지만 매력적인 소재를 스릴러 장르로 풀어낸다는 점입니다. 이는 나름 신선하게 다가오고, 영화의 초반을 이끌어나가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다만 영화는 결말까지 지나치게 소재에 기대고 맙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종종 쓰는 입장에서, 글을 시작하게 만드는 건 언제나 소재입니다. 매력적이고 신선한 소재는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만든다고 봐도 되죠. 그러나 언제나 영화를 닫는 건 이야기의 몫입니다. 이 소재를 어떤 장르로 다루는 것은 어떻게 소재를 소화하느냐가 아닙니다. 영화는 그 부분을 간과하고 있고, 결국 이 아이디어를 살리지 못하고 후반부부터 와르르 무너지고 맙니다.
단순히 이 부분을 간과한 것뿐 아니라 필요 없는 캐릭터가 너무 많기도 하고, 급하게 설명하고 마무리 지으려다 보니 힘이 쫙 빠집니다. 또한 인물의 변화가 뜬금없이 드러나는 점도 있고, 연출적인 부분에서 특별함이 보이지 않기도 하고요. 초반부에는 나름 번쩍이긴 했습니다만. 이러한 부분들이 배우들의 열연을 묻어버리기도 합니다. 조금 더 심리 스릴러 쪽으로 강조했을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평범하게 문을 닫다 보니 결국 배우들도 다른 똑같은 연기를 보여주게 되죠. 개인적으로 윤계상뿐 아니라 임지연 배우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을 하는데, 후반부는 너무 무색무취였던 거 같습니다.
뭐 무난하게 볼 수도 있고, 실제로 초반부의 흡입력과 매력은 상당한 편입니다만, 후반부는 조금 더 좋게 다듬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영화입니다. 물론 좋은 소재가 있다고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건 아니지만(오히려 소재가 좋으면 거기에 꽂혀서 이야기가 잘 안 나오기도 하죠), 그럼에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