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국 영화 보는 것 같습니다. 9월 1일 개봉한 <최선의 삶> 이후 처음 보네요.
한국 코미디뿐 아니라 요새 한국 영화가 영 힘을 쓰지 못해서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꽤나 괜찮게 나온 코미디 영화더군요. 영화는 로맨스 영화보다는 코미디에 더 가깝습니다. 큰 한 방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타율은 나름 높은 편이고요. 뻔하게 흘러갈 구조에서 한 번 가볍게 비틀어 웃음을 이끌어 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편 데뷔작에서 이런 유연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놀랍달까요.
코미디지만 인간관계, 특히 사랑에 대해서 은근 진중하게 들여본다는 점이 반전 매력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현대의 관계를 탐구하고 해체하는 듯한 매력이 있는 영화였네요. 다양한 성향의 인물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웃고 우는 그런 소소한 재미들이 가득했습니다. 인간관계를 시니컬하면서도 애정 있게 바라보는 듯했달까요. 코미디로 사용할 때 자칫하면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결코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우중충하지 않게 그 균형감각을 잘 지니고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훌륭한 배우 활용을 통해 산뜻하게 담아내고 있기도 하고요. 조은지 감독이 배우 출신이기도 해서 그런지 활용을 잘 하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굉장히 많은 인물, 그리고 복잡한 얽히고설킨 관계를 다룸에도 집중할 것에 잘 집중해서 이야기를 잘 이끌어나가는 편이지만, 캐릭터 활용에서는 조금 아쉬웠네요. 유머를 위해서 소비되는 아쉬운 캐릭터들이 약간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무난한 완성도지만 유머든, 메시지든 큰 한 방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쉽긴 하네요.
무난한 로맨틱..이라기엔 조금 애매하지만 괜찮은 코미디가 하나 나온 것 같습니다. 많은 걸 바라기보단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갔다 오시면 좋을 거 같은 느낌이네요.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장르만 로맨스>보단 원제인 <입술은 안돼요>가 더 잘 어울릴 거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