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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04. 2021

<파워 오브 도그>

<피아노>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이 넷플릭스에서 연출한 영화 <파워 오브 도그>입니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 중에 <로마>, 그리고 <아이리시맨> 이후로 가장 만족했던 영화였습니다.

요새 보면 전통 서부극을 뒤틀고 변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부 개성이 살아있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도 그렇고, 얼마 전 개봉한 <퍼스트 카우>도 그렇고 말이죠. 특히 <퍼스트 카우>나 <파워 오브 도그> 같이 여성 감독이 연출한 서부극에선 장르의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과격한 액션이나 총질이 나오지 않음에도 긴장감을 주고, 또 어떤 면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지게 한다는 점이 여러모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달까요. 특히 <파워 오브 도그>는 눈빛이나 대사로 공기의 무게를 만들고 거기에서 긴장감을 뽑아낸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커다란 행동 없이 서스펜스를 형성한 점이 여러모로 독창적으로 다가왔네요.

사실 서부극의 복수라는 소재를 따오기는 했기에 사실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기도 한 내용이기도 한데, 이걸 전달하는 방법이 정말 매력적이라 보는 내내 끌려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파격적인 전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왜 서부극이어야 하는지부터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이런 결과가 도출되어야 하는지를 정교하고 차곡차곡 쌓아올리기 때문에 이런 걸작이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여러 모티프들도 잘 활용하고 기존에 정립되어 있던 모티프도 뒤튼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냥개와 토끼처럼 보이던 두 인물의 위치와 눈빛이 뒤바뀔 때의 충격과 전율은 대단했습니다. 남성성과 힘, 그리고 권력의 이미지를 다시 보게 만든 점도 좋았고요.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는 가히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필을 그대로 연기하기 위해 씻지 않거나 극 중 대치 관계인 커스틴 던스트와 말을 하지 않는 등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는데, 그게 그대로 드러난 거 같았네요. 개인적으로 올해 본 연기 중에 <더 파더>의 안소니 홉킨스와 더불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커스틴 던스트의 연기도 아주 탁월하고, 이에 조응하는 제시 플레몬스도 훌륭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피터 역의 코디 스밋 맥피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부딪히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아쉽긴 했습니다. 물론 마스크도 매력적이었고 눈빛도 좋았지만 뭔가 더 보여줄 수 있었을 거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개인적으로 너무 만족스럽게 보았습니다. 제인 캠피온의 전작들을 조금 더 찾아봐야겠군요. 극장에서 보았으면 더 좋았을 거 같은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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