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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Dec 05. 2021

<베네데타/Benedetta>

국내에서도 <로보캅>이나 <토탈 리콜>, <원초적 본능> 등으로 인지도가 있는 폴 버호벤 감독의 신작, <베네데타>입니다. 부국제에서 상영했을 때부터 말이 많아서 기대를 좀 했습니다.

이분이 어떻게 38년 생인지 가늠이 안 갈 정도로 파격적이고 강렬한 영화가 나왔습니다. 물론 수위도 수위지만, 자칫하면 신성모독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여러 이미지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거든요.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풍자와 묘사들로 제가 다 걱정이 들었습니다. 성스럽게 취급하는 믿음이나 물건들로 강렬한 행동을 하더군요. 영화는 성스러운 믿음과 금기된 행동, 그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줄타고 있는데요. 폴 버호벤은 그 사이를 조심스럽게 건너기는커녕 과감하고 심지어는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강렬하게 줄탑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부분들로 영화의 메시지가 더 잘 드러나더군요. 종교가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모순(고문과 화형은 신의 뜻이지만, 동성 간의 사랑은 죄악이라고 판단하는 등)을 인상 깊게 들춰내고 있죠. 대체 어떤 것이 신의 목소리고,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아무도 모를 텐데 지금까지 인간들은 자신들 마음대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등장인물들은 내내 모호하거나, 짜여진 듯한 행동, 어찌 보면 뻔뻔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믿음과 진실, 그리고 맹신과 거짓의 사이는 한 끗 차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중심엔 성녀과 광녀 사이를 오가는 베네데타가 위치하고 있고요.

베네데타 역을 맡은 비르지니 에피라는 가히 놀라운 수준입니다. 워낙 마스크가 인상적이기도 하고, 성스러운 느낌도, 동시에 광기 어린 느낌도 들게 하는 연기력이 아주 탁월합니다. 이에 조응하는 다프네 파타키아도 훌륭하고요. 그 외 조연들도 극을 훌륭히 받쳐주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연출이 조금 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인물들의 감정선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해서 아쉬웠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물의 감정과 심경 변화일 테니까요.

저는 독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천주교라는 종교를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오히려 더 흥미롭게 본 것 같기도 합니다.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천주교에서 벌어지는 아동 성범죄 등을 보면 복합적인 감정이 들기도 하니까요. 전체적으로 천주교를 풍자하는 내용이 아주 센스 있고 재미있게 들어있어서 웃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종교단체의 반발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어쩌면 이 영화의 숙명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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