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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14. 2020

<야구소녀/Baseball Girl>

느림과 유연함의 미학.

개인적으로 야구라는 스포츠를 상당히 좋아한다. 프로야구팀 엘지 트윈스의 오랜 팬이기도 하며, 어렸을 적부터 야구를 즐겨 해 야구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편이다. 다수의 사람들은 시원한 스윙을 하는 타자가 야구의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전부터 투수에 색다른 매력을 느꼈던 필자다. 그러던 중 눈에 띄던 영화가 하나 있는데, <이태원 클라스>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이주영이 출연하기도 해 화제를 모았던 <야구소녀>다. 여러 고난에도 굴복하지 않고,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야구선수 주수인을 그린 영화, <야구 소녀>다.



영화는 고등학교 야구부에서 유일한 여자 선수인 주수인이 신체적인 약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무기를 장착해 프로 선수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사실 영화 자체는 스포츠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확실히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드라마틱 한 이야기를 그리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주수인의 무한한 노력과 변화구가 무기지만 정면으로 승부하는 그녀의 서사를 그린다. 그렇다고 다큐멘터리같이 잔잔하고 지루하게 전개하지 않고 나름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편이다. 그녀의 힘겨운 노력을 계속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은 뻔하디 뻔하지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충분히 느끼게 한다. 다만 주수인이 프로를 데뷔하는 과정과, 그 결과는 깔끔하지 못하며, 스포츠의 냉정함은 부족하다. 어찌 보면 현실감은 없는 영화며, 차라리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선택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마무리는 잘 짓는 편이고, 충분히 드라마적인 요소는 잘 가지고 왔다고 볼 수 있겠다. 

모든 차별을 그리는 영화 중에서, 신체적인 다름을 무조건적인 차별로 보는 시선을 담고 있는 영화는 별로 선호하는 편이 아닌데, <야구소녀>는 그렇지 않다. 또한 세상을 탓하지 않고 자신을 믿으며, 끝까지 노력하는 주수인의 모습은 아주 강인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왔다. 단순히 여성차별만을 그리고 있지 않으며, 모든 꿈꾸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심어준다. 이런 응원의 메시지는 너무나 흔하지만, 캐릭터를 잘 구축한 덕분에 효과적으로 전해진다. 주수인과 갈등을 빚으며 일말의 희망도 심어주지 않고 포기하라고 말하는 극 중의 캐릭터들도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가 사회의 피해자인 것이 갈등의 원인과 과정을 납득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틱 하지 않고 들뜨지 않는 연출은 생각보다 좋은 편이나 서사적인 부분에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또한 좋은 메시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대사나, 오글거리는 특정 연출은 약간 거슬린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자기 자신을 이기기 위한 주수인의 노력과 그녀를 응원하는 메시지는 뚜렷하게 전달된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다. 

개인적으로 야구 경기 장면을 은근 기대를 했는데, 야구를 하는 장면은 상당히 적은 편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를 기대를 한다면 실망할 사람들도 많을 것 같다. 충분한 설명이 필요했던 캐릭터들을 끝까지 잘 활용하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주수인의 아빠나, 친구 이정호는 분명 영화에서 하나의 자리를 잡고 있지만 영화를 풍부하게 채워주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스포츠의 시원함보다는 도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정면돌파보다는 변화구로 제치는 방식도 효과적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며, 캐릭터와 배우의 조합도 잘 맞는다. 올해 한국 영화 중에서는 나름 성공적인 편인 듯. 이 세상 모든 주수인에게 던지는 너클볼, <야구 소녀>다.




총점 - 7.5
느림과 유연함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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