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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23. 2020

<테넷/TENET>

가장 어렵지만 그의 색깔은 확고한.

※스포일러 없습니다.

:최대한 스포일러를 배제했습니다만 그럼에도 영화에 대해 일말의 정보도 얻고 싶지 않으시다면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내놓는 영화마다 감탄을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신작 <테넷>으로 돌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데다가, 그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면 극장에서 안 볼 이유가 없었다. 우열곡절 끝에, 드디어 22일 유료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테넷>. <인셉션>,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 등 수없이 많은 명작들을 탄생시킨 크리스토퍼 놀란이 다시 한번 관객들을 놀라게 할 것인가. <테넷> 리뷰다.




영화는 '주도자'가 조력자 '닐'과 함께 인비전으로 세계 3차 대전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단언컨대, <테넷>은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중 가장 불친절하며 가장 어려운 영화다. 심지어 <인셉션>보다도 훨씬 어렵다. 영화 도중 무슨 이론이며 엔트로피며.. 정말 알 수 없는 과학적 용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영화 초반에 나오듯이 절대 이해하지 말고 그저 느껴라! 이해하는 것을 내려놓고 영화를 직감대로 느끼면 놀란 특유의 시간이 맞물리는 장면들에서 전율 돋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극강의 몰입도를 경험할 수 있을 것. 크리스토퍼 놀란의 관객을 빨아들이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사실 <테넷>은 그의 이전작과 비교해보면 서사 면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크리스토퍼 놀란이 플롯의 마술사라는 점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보기만 해도 어지럽고 어려운 이런 스토리를 어떻게 써 내려가는지 놀라울 정도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심오하고 난해하지만 마지막에서 오는 쾌감 하나는, 떡밥을 뿌리고 회수하는 능력은 여전하다(물론 이 부분도 조금 아쉽긴 하지만). OST도 뛰어나다. 한스 짐머가 이번 작품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짐머 특유의 웅장함은 부족하지만, 긴박하고 스피디한 이번 작품의 특징을 잘 살려낸 음악은 개인적으로 좋았다.


<테넷>의 액션은 놀란의 영화들 중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놀란의 약점 중 하나로 지적되었던 것이 바로 액션인데, <테넷>의 액션은 정말 폭발한다. 시간 역행을 활용한 어려운 액션을 시각화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 초반부터 후반까지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액션의 향연이 펼쳐진다. 게다가 예고편에도 등장한 보잉 747기의 폭발신 등 스케일이 큰 장면도 보여주며 웅장함도 더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액션이 그저 볼거리로만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놀란이 보여주고자 하는 시간이 맞물리는 장면들이 액션신에 많이 포진되어 있다는 점이다. 액션신에 녹여냈다는 점이 놀랍다. 후반부 클라이맥스는 정말 역대급이다. 정신없이 느껴질 수는 있지만, 곱씹어 보면 후반 클라이맥스는 정말 대단하다. 혹자는 이런 많은 액션신이 스토리의 깊이를 떨어뜨린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놀란이 보란 듯이 엄청난 액션을 선사했다는 것은 좋았다고 본다.


다만 캐릭터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놀란이 종종 지적받는 단점인 평면적이고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는 <테넷>에서도 보인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말은 못 하겠지만, 메인 빌런의 캐릭터와 그의 동기는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웠던 점. 대사는 놀란 성격상 많이 신경 쓴 티는 보이나 꽤나 유치한 면도 보인 듯하다.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놀란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어렵고 난해한 영화이지만, 또 그 속에서 그의 색깔이 확고하게 남아있는 영화일 것이다. 놀란의 단점들이 종종 보이기는 하지만, 역시 놀란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영화. <인셉션>이나 <다크나이트>에 비할만한 명작은 아니지만, 앞서 말했듯이 사심 가득 담으면 만점도 줄만한 충분한 수작이다. 극장 관람을 떠나서 올해 개봉작 중 이렇게 만족스럽게 본 것, 그리고 이렇게 많은 여운이 남는 영화는 <1917> 이후 반년만인 듯하다.




총점 - 9.5
시간 역행으로 또 하나의 기교를 부리는 플롯의 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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