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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24. 2020

<메멘토/Memento>

플롯의 마술사의 탄생.

<다크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그리고 26일 정식 개봉할 <테넷>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초기작 <메멘토>다. 그의 초기작임에도 획기적인 구성과 탄탄한 플롯으로 지금까지 사랑받는 작품이며, 놀란이 거장으로 자리 잡는데 큰 역할은 한 작품이기도 하다. <테넷> 개봉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중 안 본 작품이나, 봤지만 까먹었거나, 리뷰를 올리지 않은 작품들을 하나씩 보면서 리뷰할 예정이다. 그 첫 주자, <메멘토>다.




영화는 10분 후면 기억이 사라지는 단기 기억 손실증을 앓고 있는 레너드가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인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벌이는 여러 가지 일들을 그린다. 단기 기억 손실증이라는 정신적 질환을 이용해 어려운 이야기일 것 같지만, 사실 <메멘토>의 스토리 자체는 상당히 간단한 편이다. 다만 <메멘토>의 놀라운 점은 결말로 시작해서 시작을 보여주고 절정에 다다르는, 매우 독창적이고 기발한 전개 방식과 편집을 이용해 간단한 스토리를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게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미치도록 정교한 내러티브와 시간을 마음대로 갖고 노는 플롯 등 크리스토퍼 놀란의 천재성은 여기서부터 부각되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작품 중 구성에 있어서는 가장 독창적이지 않나 싶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약 10분간만 기억이 유지되는 단기 기억 손실증이라는 소재와 그 소재를 입힌 캐릭터를 아주 잘 활용한다. 사실 기억상실증은 많이 사용되는 소재이기도 하고, 너무 뻔한 소재이기도 한데, 단기 기억 손실증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점도 영화 장점 중 하나다. 영화의 편집은 정말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영화는 시간의 순행과 역행, 두 개의 시점으로 나누어서 보여주는데, 이때 순행은 흑백으로, 역행은 컬러로 편집해 헷갈리지 않게 잘 시각화했으며, 영화 종반 흑백이 컬러로 변하는 장면에서의 통쾌함은 강렬하다. 사실 기억력이 조금 좋아야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첫 장면을 기억하지 못해서 전체적인 줄거리를 찾아보기도 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중요하다. 우리는 주인공이 메모와 문신을 통해 기억을 유지하려 한다는 사실만 믿으며 복수의 성공을 기원하기만 한다.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사실은 망각한 채 말이다. 영화는 기억과 메모의 진실성에 대해 딜레마를 던지며 생각을 요구한다. 끝없는 자기합리화로 인한 괴물의 탄생을 영화는 아주 잘 보여준다.

다른 놀란의 영화처럼 여운이 엄청난 편이다. 놀란이 짠 판 위에서 2시간 동안 놀아나는 관객들. 

정말 미친듯한 상상력과 뛰어난 편집, 그리고 획기적인 구성으로 이루어진 놀란의 초기작이자 걸작. 놀란의 별명이자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별칭인 플롯의 마술사라는 말이 여기서부터 생겨나지 않았나 싶다. 플롯의 마술사가 탄생한 작품, 크리스토퍼 놀란의 초기작, <메멘토>다.




총점 - 9.5
미친 구성으로 천재가 비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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